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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버전 상영 <영웅본색>
장영엽 2008-08-06

흡연 지수 ★★★★★ 가오 지수 ★★★★★ 신선도 지수 ★★

예부터 새 옷이 좋고, 옛 사람이 좋다고 했다. 이 말을 재개봉을 앞둔 <영웅본색>에 적용하면 새 스크린에 옛 영웅들이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빛바랜 바바리코트와 쌍권총을 들고 나타난 세명의 형님은 개봉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멋지다. 그건 시간과 배경을 넘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명품 드라마를 완성해낸 오우삼 감독 덕이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머릿속에 깊이 남는 건 멋진 총격장면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원동력은 탄탄한 드라마에 있다. 경찰이 된 동생과 조직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호(적룡)의 드라마,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깊은 분노와 형을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걸(장국영)의 드라마, 자호가 수감된 이후 절름발이가 돼 비참한 삶을 살면서도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마크(주윤발)의 드라마가 영화의 단단한 밑바탕이 되기에 <영웅본색>의 액션장면은 보석처럼 빛날 수 있었다. 1986년 이후 <영웅본색>의 아류작들이 물밀듯이 쏟아져나왔지만, 아무도 오우삼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는 건 이러한 까닭에서다. 여기에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나이 역할을 100퍼센트 이상으로 소화해낸 주윤발과 장국영, 적룡의 공이 더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특히 주윤발과 장국영의 초창기 모습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시종일관 ‘가오’를 유지하는 능글맞은 미소의 주윤발과 어설픈 격투를 선보이는 장국영의 모습은 풋풋하게 다가온다.

한편 <영웅본색>의 재개봉은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버전 상영이다. 1986년 한국 개봉 당시 관객은 주윤발과 장국영의 목소리가 아닌, 입 모양도 맞추지 않은 성우의 목소리 연기를 들으며 영화를 관람했다. 한국에 수입된 필름이 베이징어 더빙 버전이었기 때문. 최근에 DVD가 출시되면서 광둥어(홍콩 말)로 말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게 됐지만, 큰 화면에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영웅본색>을 상영하는 허리우드극장과 드림시네마는 ‘80년대 당시 금지된 장면’을 주제로 그림간판을 올린다. 문제의 장면은 바로 주윤발이 라이터로 위조지폐를 태우는 대목. <영웅본색> 최고의 인기 장면이었음에도 화폐를 태우는 행위가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로 홍보는 물론 간판그림으로도 사용할 수 없었다. 이번 재개봉은 아무래도 옛 영화를 감상하는 만큼이나 새로운 변화를 찾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Tip/ 다시 한번 영화관 근처에서 바바리코트 차림의 사나이들이 담배를 물고 활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드림시네마는 개봉일인 8월8일부터 일주일간 바바리코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성냥을 문 채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허리우드극장은 ‘금연 3일째인 분들은 입장을 삼가주세요’란 경고문을 붙일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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