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에 관한 흉흉한 소문이 나돈 지는 수년이 됐다. 그 소문의 내용은 ‘쇼박스가 어디어디에 팔린다’는 것이다. 한번 떠돌다가 지나가는 다른 소문들과 달리 쇼박스 매각과 관련된 소문은 몇년간 끊이지 않고 유포돼왔는데, 그때마다 소문 속 매수 주체는 국내의 통신업체, 대기업, 해외 미디어기업, 투자 자본 등으로 바뀌어왔다. 소문에도 불구하고 쇼박스가 굳건히 유지돼왔던 탓에 최근 다시 나도는 쇼박스 매각설 또한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징후는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김우택 대표와 김경술 상무가 쇼박스를 떠났고, 쇼박스의 자회사 모션101 정태성 대표 또한 퇴사했으며, 얼마 전에는 김대선 본부장마저 쇼박스를 그만뒀다. 충무로에서는 쇼박스가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고위 임원들이 잇따라 퇴사하고 있는 최근의 분위기에 대해 쇼박스 관계자는 “순전한 우연”이라고 밝히지만, 제3자 입장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해 극장체인 메가박스를 맥쿼리 펀드에 매각한 뒤 수직적 계열화의 사슬이 파괴된 마당에 오리온 그룹이 굳이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를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쇼박스 매각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가치가 극대화됐을 때 이를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마련하는 기업의 일반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관심을 둔 여러 기업이 OCN, 투니버스, 온스타일, 바둑TV 등 알짜 케이블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온미디어 인수를 타진해왔으며, 쇼박스는 이들 채널에 대한 콘텐츠 공급원으로서 함께 인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 의견도 있다. 이들은 특히 쇼박스가 최근 싸이더스FNH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메인 투자를 맡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쇼박스는 현재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고고 70> <앤티크> <쌍화점> <거북이 달린다> <적벽대전2> 등을 라인업으로 확보하고 있다.
물론 쇼박스가 정말로 매각 절차를 밟을지는 알 수 없다. 충무로가 이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극심한 돈가뭄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국영화산업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왔던 쇼박스의 위상을 고려할 때, 만약 공백이 생긴다면 투자가 절실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매각이든 아니든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한 제작사 대표의 말은 충무로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결국 중요한 건 쇼박스의 소유주가 아니라 그들의 활동력이 유지될지 여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