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낸 애 방학특강 학원비가 그렇게 아까웠나? 지난 학기에 애 수학 점수가 올랐나? 도대체 왜왜왜! “나에게서 경쟁을 빼면 남는 것이 없다”는, 당선 제일성으로 “고교 경쟁에 빨리 불을 붙여야 한다”는, 이름과는 달리 전혀 공정하지 않은 인사가 첫 직선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냔 말이다.
이 꼭지 마감날 아침 선거 결과를 알았다. 처음에는 내가 잠에서 덜 깼다고 믿었다. 망국적 사교육 문제에 한탄하던 그 많은 부모들은 다 어디로 갔니? 살인적인 입시에서 이제 겨우 탈출한 청년학도들은 뭐한 거니? 부정에서 분노로 바뀌었을 뿐 한나절이 지나도록 이 충격에 대처하기 위한 심리적 진전이 없다.
그가 왜 공정하지 않냐고? 엄마의 정보력과 아빠의 헌신성과 할아버지의 경제력으로 교육계급이 갈리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인가. 이분은 지난 4년간 그걸 강화시켰고 앞으로도 그럴 분이다. 서울공화국인 나라에서 그의 영향력은 서울시 교육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이제 온나라 초딩, 중딩들은 꼬박꼬박 일제고사를 치를 테고 머리통에 바코드처럼 성적을 써붙이고 다닐 것이다. 우열반은 보란 듯이 활개를 치고 그분의 소싯적부터의 소신이라는 고교 입시가 부활될 것이며 새 정부에서 백지화한 영어몰입교육은 스무스하고 나이스하게 고고싱할 것이다. 당선되자마자 애들 공부 못하는 학교는 문을 닫게 하겠다지 않나.
나보다 심리적으로 성숙해서인지 일찍 낳은 애가 착실하게 성적을 깔아주고 있어서인지 진작에 ‘체념 모드’로 직행한 한 친구는 “강남불패만으로는 설명 안 되는 강남해바라기 부모들의 이중의식”이라며 “아마 강북에서도 애 등수가 상위 20% 안에 든다면 너나없이 ‘어찌됐든 내 아이까지만 커트라인에 걸리라’는 심정으로 그를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너를 포함한) 그 아랫등수 부모는? 이미 사교육의 트랙에 너나할 것 없이 올라탔는데 교육정책이 또 뒤집어지면 우왕좌왕하다가 내 아이만 뒤처지거나 손해볼까 염려되는 심정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사고 특목고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우니, 몇개라도 더 생기면 행여나 내 자식이 그 틈에 끼지 않을까 하는. 꼭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한 부모들이 더 지랄이다. 흡. 진정하자.
힘이 빠진다. 분노에서 자학 모드로 바뀐다. 이게 다 나 때문이다. 내가 경기도에서 주소를 퍼서라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참여했어야 했다. 으허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