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25살. 애인 없음. 최근 1년간 8번 이직. <무중력 증후군>의 화자 노시보의 신상명세다. 휴대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며 안심을 하는 뉴스홀릭 시보는, 만성피로, 소화불량, 숙취, 다크 서클 등 다양한 현대병을 앓고 있는, 어깨에 놓인 공기마저도 버거운 88만원 세대다. 어느 날 시보의 휴대폰으로 충격적인 뉴스가 배달된다. 달이 2개로 늘어났다는 소식. 청천벽력 같은 뉴스에 지구인들은 술렁인다. 우주적 섹스를 주창하는 무중력자들의 커밍아웃이 이어지고 여자들의 월경주기가 빨라진다. 보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범죄율이 증가하고 중력을 거스르겠다는 무리들의 공중낙하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요지경 속에서 시보에게 닥치는 큰 변화는 달구경을 간다는 엄마의 가출이다.
제1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무중력 증후군>은 달이 여섯개까지 늘어나는 가상의 상황에서 세상이 겪음직한 통증을 관찰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붕 뜬 것 같으면서도 땅에 두발을 딱 붙이고 있는 소설”이란 심사평에 어울리게, 작가는 활짝 펼친 상상의 치마폭에 밀도있는 디테일을 담았다. 달의 분화를 계기로 새 삶을 꿈꾸는 소설 속 인간 군상은 ‘지금, 여기’를 살면서도 ‘언젠가, 어딘가’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드러낸다. 유행은 지나가게 마련이고, 자극에는 역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결말이 조금은 얄밉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