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버스가 편의점을 들이받는다. 길을 건너려던 커플을 피해 핸들을 꺾은 운전기사. 버스가 편의점에 꽂히는 순간 자리에 주저앉은 여자.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던 이상한 복장의 남자. 버스에 치였으나 다친 곳 없이 살아난 여자. 집에서 사고를 뉴스로 들은 남자. 그리고 이 사고로 죽은 단 한명의 승객. <자전거 사신기>는 버스 사고와 관련된 7명의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식 단편 7편이 실린 작품집이다. 일상의 모든 장면은, 수많은 퍼즐조각으로 이뤄진 그림이다. 작가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사소한 행동들을 단서로, 개연성있는 상상의 가지를 뻗어나갔다. 연애를 끝낼까 망설이던 여자는 사고 뒤 결심하고,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탈출한 남자는 라디오가 전해준 사연에 오열한다. 불면증을 앓던 여자는 잠이 들고,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날 생각에 설레던 남자는 숨을 거둔다. <자전거 사신기>를 읽고 나면, 무의식처럼 타고 내리던 플랫폼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지하철을 보내고 다음 차를 탄다면, 인생이 바뀌게 될까? 혹은 이런 생각을 하고 다음 차를 타려는 것조차 결국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기교없이 정직한 펜선이,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