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에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기자님께 딱 어울릴 거 같은 책이 하나 나와서 꼭 보내드리고 싶어요.” 출판사 직원이 제목을 말하는 순간 전화기 밖에서 허탈하게 웃었다. 제목이 <독신남 이야기>라면서 기자님께 딱 어울릴 거 같다고? 되묻고 싶었다. 이거 혹시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하고 팔도 방구석에서 비빔면만 비벼먹는 삼십대 백수 이야기 아닌가요? 진짜로 그럴까봐 묻지는 못했고 며칠 뒤에 조용히 책을 받았다. 73년생인 저자 키키봉(조한웅)은 카피라이터를 하다가 (대한민국 삼십대 문화직종 남자 대부분이 꿈꾸는) 홍대 앞 카페 창업을 이룩해낸 남자다. 부러워서 속이 뒤틀리는 창업 과정이 그의 전작 <낭만적 밥벌이>에 실려 있다면, <독신남 이야기>에는 낭만적으로 밥벌어먹고 살게 되기까지의 생존기가 스물두 챕터로 이어진다. 물론 그는 말한다. 독신으로 사는 거 찌질하고 힘들다고. 근데 같은 독신남에게 이 책은 역시나 능청능청한 독신남 예찬기다. 말하자면, 먼지구덩이에서 살아도 자유가 좋다는 거다. 그나저나 이강훈의 일러스트가 없었다면 이거 반쪽이 될 뻔했다. <씨네21>과도 일한 적 있는 이 남자는 글의 엑기스를 뽑아서 읽는 사람에게 삼키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것 또한 능청능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