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수상하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장마가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도 모르겠단다. 요즘 기상청 예보는 사실상 “우즈 유 플리이즈 겪어볼래”다. 하지만 기상청을 나무라기만 할 게 아니다. 기상 ‘오보’ 때문에 할 일 못할 때도 있지만, 그 핑계로 할 일 안 할 수도 있다. 흠흠.
각종 관측자료와 위성 영상, 기상레이더 영상, 슈퍼컴퓨터의 예측 결과 등을 열심히 종합해도 여름철 날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팝콘 같다는데, 예보관들의 자질을 문제 삼아 해외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쓰겠다는 발상을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내놓았다. 이 아이디어는 필시 광우병 위험 쇠고기라도 미제가 좋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내놓은 게 틀림없다. 날씨 때문에 그분들이 불편하신 거라고는 골프 라운딩 일정에 차질이 있는 것 외에 뭐가 있을까? 기상예보를 영어로 하면 대국민 서비스의 질이 좋아진다는 첨부 의견은 없었나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이와 함께 특정 기상수요자에 대한 서비스는 민간사업자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단다. 기상 민영화다. 어쩜 이렇게 틈만 나면 외제 찾고 민영화 갖다붙이니.
예전에 벼르고 별렀던 제주 여행이 태풍 때문에 무산돼 숙소 계약금 등을 날리게 된 일이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제주 기상청 담당 예보관에게 전화를 했다(지역번호 131 누르면 다 통화된다). 그는 제주의 지형 특징과 물난리 원인에 대해 소박한 제주 말씨로 설명을 해줬다. 나의 항의와 호소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당장 생업 곤란과 재난 위험에 노출된 현지민들의 어려움도 크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결론은 그래서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오지 말라는 것이었지만, 난 “네네 그럼 안녕히 계세요” 고마운 마음까지 갖고 전화를 끊었다. 전문성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기 지역(제주가 고향인 듯)의 특징과 동시대 대도시인의 일상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었다. 과연 유능한 외국전문가가 나에게 이런 상담까지 해줄 수 있을까? 해준들 내가 못 알아듣지.
전문가 양성과 재교육 방안이라며 꼽은 게 외국인 예보관 영입이라니, 어이없다. 벌써 일본, 미국, 영국에 타진까지 했단다. 일본은 바로 거절했고. 재료가 좋아야 음식이 맛있듯이, 관측자료가 풍부하고 정확해야 제대로 예보를 할 수 있다. 예보관이 점쟁이는 아니니까. 부디 외국인 예보관 영입 비용, 장비나 기술 개발에 써주세요. 그럼 여름 내내 우산 들고 다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