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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치영화의 신성을 만날 기회

<사랑의 결과> Le Conseguenze dell’amore <가족의 친구> L’Amico di famiglia

파올로 소렌티노. 근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탈리아 감독의 이름이다. <일 디보>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그는 전작 <가족의 친구>와 <사랑의 결과>로 칸영화제의 초대를 연이어 받은 바 있는데, 두 영화는 우연히 젊은 여자에게 매혹된 중년 남자의 이야기다. 두 남자는 애정이 초래할 결과들을 모르거나 과소평가한다. <사랑의 결과>의 지롤라모는 8년째 호텔에서 생활하는 남자다. 주변인들의 호기심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신비로운 생활을 고수하던 그는 호텔 바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감당하기 힘든 위기를 맞는다. <가족의 친구>의 제레메이는 노모와 살고 있는 남자다. 재봉사이자 돈 앞에선 상어 같은 고리대금업자인 그는 결혼자금을 빌리러 온 부부의 딸을 본 순간부터 부질없는 탐욕에 빠진다. 생활 수준과 외모 면에서 정반대인 두 남자는 거울처럼 서로를 비춘다. 점잖고 우아하며 속을 드러내지 않는 지롤라모는 낯선 욕망을 애써 숨기려는 반면, 추악하고 성마르며 수다스러운 제레메이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어쩔 줄 모른다. 진정한 사랑을 해본 적이 없고, 인간과의 진실한 끈을 놓고 살던 두 남자의 판타지에 파국이 닥치는 건 마땅하다. <미녀와 야수>의 변형된 버전인 두 영화는 인간이 될 수 없었던 야수에 관한 우화이며, 애정과 믿음과 소외와 (특별한 죽음과) 삶의 아이러니를 다룬 빼어난 블랙코미디다. 권력의 작동 형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렌티노에게 권력은 언제나 신비와 비밀에 가려진 대상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의 정치에 관한 한 권력의 왜곡과 불건전함은 분명한 사실이며 그런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스며들었다고 보는 그는 자기 영화의 등장인물이 투명하지 못한 이탈리아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메타포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소렌티노가 신작 <일 디보>에서 마피아와 연계된 실존 유명 정치인을 다룬 건 당연한 순서다. 선배 감독들의 무게에서 벗어나 시적이면서 기교 넘치는 영상표현에 능한데다 ‘안토니 앤 더 존슨스’와 ‘LCD 사운드시스템’ 등의 음악을 삽입하는 등 국제적인 감각 또한 갖춘 그는 이탈리아 정치영화의 계보를 이을 새로운 작가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두 영화의 DVD는 상반된 모습이다. 화질이 깔끔한 <사랑의 결과>의 DVD가 몇 가지 부록만을 수록했다면, <가족의 친구>의 DVD는 부록이 다양하나 화질이 기대에 못 미친다. <사랑의 결과>엔 2개의 메이킹필름(5분, 16분)이, <가족의 친구>에는 인터뷰(31분), 4개의 메이킹필름(17분, 3분, 2분, 5분), 다른 결말을 포함한 미공개영상(27분)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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