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젊은 스릴러 작가 막심 샤탕의 소설로, 전작인 <악의 영혼> <악의 심연>에 이은 ‘악의 3부작’을 매듭짓는 작품이다. 포틀랜드의 시체 공시소에서 사망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부검 중에 갑자기 살아난다. 그리고 1년 뒤 오리건주의 산에서 환경 보호국 직원이 비명을 지르는 표정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잇따라 기이한 연쇄사건이 발생한다. 커다란 거미 고치에 싸인 채 발견되는 시체들은 내장과 피가 몽땅 빠져나가 있으며, 목구멍에 작은 흉터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절개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악’ 시리즈의 주인공인 FBI 프로파일러 출신 사립탐정 조슈아 브롤린과 <악의 심연>에서 동료 관계를 맺었던 뉴욕 경찰국의 여형사 애너벨 오도넬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2002년 <악의 영혼>을 발표하면서 일약 프랑스 문단의 스타작가로 떠오른 샤탕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속도감있는 전개, 치밀한 디테일과 캐릭터 묘사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무려 600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지만, 분량을 굳이 의식하지 못할 만큼 훌훌 책장이 넘어간다. 이는 무엇보다 소설책을 통째로 시나리오화해도 무방할 만큼 영상적인 샤탕의 문장 덕분. 태만할 틈을 주지 않는 복선과 반전은 성실함과 대담함을 두루 갖춘 웰메이드 스릴러영화를 보는 것 같다. 1976년생인 이 젊은 작가는 확실히 요즘의 대중이 원하는 재주를 갖춘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