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나 조각상을 감상하는 최고의 방법은 실물을 보고 제작 뒷이야기를 공부하는 것이다. 예술가가 원했던 크기와 색조 그대로, 어떤 왜곡도 없이. 그런 직접 감상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은 가능한 실재에 가까운 재현을 감상하는 일일 텐데, <파워 오브 아트>는 시원한 판형(253x192mm)으로 그림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는 점(해설을 읽고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눈으로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꽤 만족스런 책이다. <파워 오브 아트>는 ‘예술의 위대한 힘에 관한 여덟편의 감동의 드라마’라는 부제대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던 여덟 예술가들의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저자 사이언 샤마는 잡지 <뉴요커>의 문화예술 섹션 고정 필진으로 활동한 미술사학자로, 이 책은 그가 기획·취재한 영국 <BBC>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잘 만든 TV 교양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극적 구성과 매끈함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이 다루는 예술가들은 카라바조, 베르니니, 렘브란트, 다비드, 터너, 반 고흐, 피카소, 그리고 로스코.
첫 번째로 등장하는 카라바조는 화가 자신의 어둠을 화폭에 옮겼다. 다른 화가들이 찬란한 영웅이나 구원자 그리스도를 예언하는 자로 자신을 재현할 때 카라바조는 죄악의 화신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방탕한 바쿠스에서 살해된 골리앗까지, 그는 죄인의 다양한 모습에 자신의 얼굴을 투영했다. 그 이유는 카라바조 자신이 범죄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추기경 별장의 천장화를 그리는 재능있는 화가인 동시에 인기있는 예술가였지만 그와 동시에 불같은 성미에 늘 칼을 지니고 다니며 휘두르는 불량배였고 살인자였다. 카라바조는 술과 환락, 춤과 노래의 신인 바쿠스를 그릴 때도 불멸의 신이라기보다 소멸하는 인간으로, 꼴불견의 모습으로 그려놓았다. 그는 탁월한 기술로 순수함과 속됨을 과감하게 결합했다.
오늘날 19세기 풍경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터너에 관한 이야기는 ‘정신 나간 화가’라는 말로 시작한다. <노예선>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모든 비평가의 혹평(그림에 대한 악평에 머물지 않고 작가가 미쳤다는 데까지 이른)을 받았고, 그 그림 직전까지 쏟아졌던 압도적인 애정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터너는 정신적인 대서사시를 그릴 용기를 냈지만 영국인들의 안일한 혹평은 1834년 국회의사당 화재를 그린 터너의 그림 두점을 보기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하는 현실로 이어졌다. 그의 풍경화에 비해 역사화는 푸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파워 오브 아트>는 예술가의 천재를 찬양일변도로 묘사하는 대신 인간적인 일화를 소개하고 작품 자체가 그 위대함을 웅변하게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을 베껴내지 않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예술가들의 재능과 용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