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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용 아동 영화 <스페이스 침스: 우주선을 찾아서>
안현진(LA 통신원) 2008-07-16

어린이 관객 교훈 지수 ★★★ 어른 관객 재미 지수 ★ MC몽과 햄 캐릭터 혼연일체 지수 ★★★★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린 무인탐사선 인피니티가 웜홀에 빨려들어간다. 인간들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침팬지 우주비행단을 웜홀로 보내 상황을 파악하는 것. 21세기가 열리기 전 마무리된 동물 우주비행에 대한 전시자료로 기르던 침팬지 3마리 중 매뉴얼형 침팬지 루나(신봉선)와 규율형 침팬지 타이탄에, 최초의 우주비행 침팬지 햄 1세의 손자이며 서커스에서 ‘대포알 원숭이’를 연기하는 천방지축 햄 3세(MC몽)가 합세해 웜홀로 출발한다. 인피니티가 불시착한 곳은 말고르 행성. 그곳은 귀가 뾰족하고 눈이 동그란 외계인들이 대형 복어가오리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형형색색의 기암괴석에 구슬로 된 늪이 있고, 깎아지른 절벽과 모래 사막, 3개의 태양이 뜨는 말고르 행성이 독재자 자톡에 의해 폐허가 될 위기에 놓이는 순간, 햄 일행을 태운 우주선 호라이즌도 도착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침팬지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만 사람은 침팬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상상력은 침팬지를 의인화한 데까지일 뿐 비행선을 우주로 쏘아올리는 것도, 지구로 불러들이는 것도 사람의 조작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침팬지 우주비행단을 두고 광대라는 햄의 자조적인 방종과 루나의 자존심이 충돌하는 장면은 꿈을 향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 외에도 인간을 대신한 생명체를 우주로 보냈던 역사 속 그늘을 드러낸다. MC몽, 신봉선을 기용한 만큼 자막판 없이 100% 더빙으로 개봉하는 <스페이스 침스: 우주선을 찾아서>는 큰 꿈을 가지라는 격려, 공포를 이겨내는 용기, 친구를 지키는 우정 등 어린아이 수준에서 받아들이고 감동할 만한 교훈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어려운 과학적 용어는 풀어서 설명했고, 한국 상황에 맞춰 의역된 대사도 자연스럽다. 현실에 안주하던 햄이 우주비행 뒤 한뼘 성장하는 내용도 어른의 눈에 밋밋하기는 매한가지. 하지만 독재자 자톡을 물리치러 가는 길에 놓인 식신동굴, 자포자기의 구름 등은 귀여운 상상력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과학적 근거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여름맞이 극장 나들이를 계획한 가족 관객에게는 무난한 선택이 될 듯. MC몽의 더빙 점수는? 시종일관 떠들고 춤도 추는 캐릭터 덕분에 90점이다.

tip/ <스페이스 침스: 우주선을 찾아서>의 크레딧에는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맨 인 블랙> 시리즈의 감독 배리 소넨필드다. 외계인에 대한 그의 상상력은 실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장르를 옮겼지만, 말고르 행성의 푸르스름한 외계인들은 도마뱀이 일어선 것 같았던 <맨 인 블랙> 속 그들과 다른 모습임에도 닮아 보인다. 긴 다리를 덜덜 떨던 귀여운 더듬이 외계인들을 어떻게 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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