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깜찍 지수 ★★★★ 교훈 지수 ★★ 황당 마법 도구 지수 ★★★★★
시험은 언제나 빵점, 운동 실력도 형편없어 친구들의 놀림감, 집에서는 구박덩어리. 돼지우리 같은 방 안에서 깊은 고뇌에 빠져 있던 초등학생 진구는 결국 몸부림을 치다 못해 구원타자를 부른다. “도라에몽~~!!!” 마법을 사용해 우등생에 운동 천재가 되리라는 공상에 빠진 진구는 도라에몽을 보채 4차원 주머니에서 ‘만약에 박스’를 꺼낸다. ‘만약에 박스’는 전화기에 대고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정말로 이루어지는 도구. 하룻밤 사이 지구는 정말로 마법의 세계가 되지만, 진구는 여전히 마법 사용에 서툰 열등생이다. 게다가 마계의 대마왕이 지구를 손아귀에 넣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니 엎친 데 덮친 격. 빗자루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진구는 도라에몽과 친구 퉁퉁이, 이슬이 등과 함께 세상을 구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마계대모험 7인의 마법사>는 1984년 일본에서 개봉했던 <진구의 마계대모험>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도라에몽의 27번째 극장판이다.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국민 캐릭터 도라에몽은 해적판 ‘동짜몽’ 시절부터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극장판이 한국에 걸리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방바닥에 눌어붙은 떼쟁이 진구와 만만찮게 빈둥대길 좋아하는 도라에몽. 영화는 한심해서 귀여운 이들 콤비의 매력을 십분 살리면서 시리즈의 재미를 충실하게 계승한다. 다이얼을 돌려 반경 3m 이내를 원하는 계절로 만들어버리는 ‘모든 계절 배지’, 가히 굴착기적인 땅파기 능력을 선사하는 ‘두더지 장갑’ 등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등장하는 도라에몽의 마법 도구들은 도무지 근거를 알 수 없이 막강한 만큼이나 흥겹고, 시간여행을 둘러싼 반전은 성인 관객도 무릎을 탁 내려칠 만큼 기발하다.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극장을 찾기에 제격인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이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해준다는 도라에몽의 ‘거꾸로 크림’이 무엇보다 눈에 밟힐지 모른다.
TIP/연출을 맡은 데라모토 유키오는 극장판 도라에몽 역사상 최초의 여성감독이다. 진구가 부양 마술을 시도할 때마다 엉뚱하게 이슬이의 치마가 올라가거나 다영이가 이슬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장면 등은 본래 각본에 없었던 것으로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각본을 맡은 신포 유이치는 <연쇄> <화이트 아웃>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소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