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들이여 경계경보를 켜라. 크고 센 블록버스터영화들을 위한 계절인 여름이 시작됐는데도 이들이 벨을 울려야 하는 이유는 강한섭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존재감 때문이다. 강한섭 위원장은 2006년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추진하던 스크린 반독과점 법안을 측면 지원했던 ‘반독과점 시장주의자’다. 그는 당시 <괴물>이 전국 좌석 수의 68%를 차지한다고 비판했고, 올해 초에는 “스크린 독과점은 ‘나 혼자 돈을 벌기 위해 타인의 시장진입을 막는 경쟁자 추방과 제한 행위’”(<무비위크> 317호)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때문에 그가 5월30일 영진위원장으로 취임할 때부터 영화계는 스크린 독과점 규제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영진위가 발간한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6월호에 실린 ‘영화산업 독과점,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 또한 강 위원장의 지론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영진위 영상산업정책연구소 류형진 연구원이 쓴 이 글은 영화산업 전체의 독과점을 지적한다. 이 글에 따르면 2005~2007년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CJ와 지분관계에 있는 시네마서비스가 배급한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87%에 달했다. 독과점은 이들 배급사와 관계된 극장 체인에서도 나타났는데, CGV, 프리머스(CGV 자회사),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의 스크린 수는 2007년 57.2%이었다. 이 글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는데, 2007년 개봉작 중 4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는 18편이었고 이중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가 912개로 가장 많았다. 서울 기준 8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 수는 2004년 5편에서 2005년 20편, 2006년 23편, 2007년 32편으로 크게 증가해왔다. 반면, 이 글은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해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법률에 대해서는 효용이 적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 글의 요지가 스크린 독과점 규제에 관한 것도 아니고 영진위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도 아니지만, 올 여름 블록버스터영화를 준비 중인 영화사는 불편한 입장이다. 올 여름 최고 기대작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쪽은 “프린트는 500개를 만들 텐데, 아직 스크린 수는 알 수 없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다른 블록버스터영화의 관계자는 “극장들이 서로 프린트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우려하고 있다. 강한섭 위원장 시대에도 많은 스크린 수를 확보해 짧은 기간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와이드 릴리즈라는 이름의 ‘규모의 경제’가 지속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