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 기온도 오르는데, 도대체 안 오르는 게 없다. 물가, 금리, 환율(이건 이번에 장관님보다 더 높았는지 대신 잘리신 그 차관님 책임이라며? 몇번을 올렸다 내렸다 한 것 같은데 지금은 다시 내렸다는 거지? 무슨 시장주의자들이 이렇게 대놓고 개입을 하냐) 같은 지표들은 물론 가계빚, 기업빚, 국가빚…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폭등이 순두부찌개와 비빔밥 값을 올려놓더니 그 밖의 모든 것이 오르자 사람들이 맥을 놓는다. 밥맛도 잃은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 돈은 넘쳐나는데 내 호주머니는 비었고 대출은 늘어나는데 금리는 오르니깐. 대체 이게 뭐니.
올 하반기에는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해진단다. 앞으로 3년 동안 물가상승률은 6%가 넘으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찍이 사회교과서에서 읽었던 그 수상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자리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조짐이라는 진단도 있다. 위기론의 지표는 경상수지 적자다. 지난해 12월부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1997년 이후로 처음이라는 거다. 촛불이라도 없었다면 얼마나 어둡고 암울한 나날이 펼쳐졌을까 싶다.
경제가 비명을 지른다는데, 신음도 제대로 못 내보고 투신자살한 소녀의 사연에 마음이 더 어수선하다. 실업계 학교에 다니던 고3 여학생이었다. 노점일 하는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봐왔던 온순하고 정 많은 딸이었다고 한다. 우울하고 예민한 영혼의 흔적이 두서없이 담긴 유서에는 중1 때부터 (아마도 자살을) 생각해왔다고만 적혀 있다. 담임이 밉다는 얘기도 적혀 있다. 부모의 진정서를 보면 소녀의 담임은 성적으로 아이를 차별하고 “너희는 상품이고 상품 가치가 없으면 끝이야”라는 말을 일삼았다고 한다. 교실에서 부모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인 아이를 일으켜세우고 소녀가 이에 응하지 않자 명단을 불렀다고 한다. 공납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학교에 남게 하기도 했단다.
나는 세상에는 좋은 교사, 나쁜 교사, 이상한 교사가 있다고 본다. 아이들 스스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을 들어 아이들을 모욕하는 교사는 나쁜 교사다. 그런 교사가 활개치도록 한 교육은 분명 나쁜 교육이다. 소녀의 부모는 “이런 일이 부디 더 생기지 않도록 정부에서 단단히 조치를 취해 달라”고 간곡하게 호소하고 있다. 좋은 정부든 나쁜 정부든 이상한 정부든, 이 호소에는 반드시 화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