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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말 달리며 총 돌리는 장면은 목숨 걸고 한 거예요”
최하나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8-07-11

좋은 놈, 정우성 인터뷰

야~, 얼마나 좋아요. 그 자연, 그 햇빛! 바람 불면 아, 바람 좋다. 볕이 내리쬐면 아, 볕 좋다. 웃통 벗고 돌아다니면서 예쁜 돌 찾고. 살면서 언제 또 그런 모래바람 속에 갇혀보겠어요. 아아, 중국 말이에요 중국. 오죽하면 사람들이 너 중국 촬영이라 <놈놈놈> 하는 거지 그랬다니까요. 하하하. 사실 김지운 감독님이 저한테 좋은 놈 주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솔직히 어떤 사람들은 나쁜 놈이 더 멋있다는데 그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어요. 근데 이미 주변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어요. 좋은 놈이 다른 놈들에 비해 묻힌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요. 가만히 있으면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게 더 무겁게 느껴지는 거 아닌가요? 사람들이 넘겨짚는 것처럼 송강호 선배, 이병헌 선배를 의식하지도 않았고. 누가 어떻게 비교를 하건, 나는 늘 그냥 아이고 날씨 좋다~ 이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 이제 말 타나, 타볼까. 태구 잡나, 잡아볼까. 하하하하.

현장에선 저보고 중국 전문 배우라느니, 승마 전문 배우라느니 말들을 많이 했는데 사실 제가 말을 좀 탔던 영화는 <무사> 한편뿐이에요. 그게 2001년 작품이니까 무려 7년이 지난 건데, 그 정도 말을 안 타면 어차피 다시 적응해야 해요. 게다가 도원이의 말은 영국의 경주마 출신이었어요. 딱 탔을 때 말이 뿜어내는 힘이 엄청나서 당황했죠. 처음으로 질주하는 장면을 찍는데, 스탭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정말 멋지게 달렸어요. 그리고 정작 돌아올 때 다리에 힘이 풀려가지고 떨어져버렸죠. 하하하. 게다가 말만 타는 게 아니라 그 상태에서 총을 쏴야 하잖아요. 아, 총 돌리는 장면이 멋있다고요? 그거 다 독학한 거예요! 사실 본래 그 그림은 예정에 없었는데, 혼자 윈체스터를 돌리면서 놀다보니까 이게 되더라고요. 그랬더니 감독님이랑 두홍이 형이 나서서 말 달리면서 하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는 거예요. 하하하하. 나도 배우의 욕심이라는 게 있어서, 겁도 나지만 한번 확 제쳐봤죠. 근데 사실 총이 살짝이라도 삐끗해서 말 머리라도 치게 되면 큰 사고가 나는 거잖아요. 지금 멋있다고 회자가 돼서 다행인데, 다 목숨 걸고 하는 거예요. 하하하하. 부상요? 네, 손목이 부러졌었어요. 그 상태에서 계속 촬영을 했고. 연기 투혼 불살랐다 어쩌고 하는데…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렇게 되는 거예요. 외국처럼 촬영이 중지됐을 때 일어나는 불가피한 지출이 보험으로 해결된다면 굳이 투혼을 불사를 필요는 없겠죠. 촬영은 막바지였고 제작비는 오버될 대로 오버됐고, 의사는 손목이 완전히 붙으려면 3개월에서 6개월이 있어야 한다고 그러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연기 투혼이라는 말이 듣기는 좋지만…. 개선돼야죠, 한국영화판이.

아아, 무거운 얘길 했더니 분위기가 완전 가라앉았네요. 하하…. 본래 웨스턴 좋아했냐고요? 어렸을 때는 거의 맹목적으로 찬양했죠! 하지만 이번 작품 찍으면서 내가 예전에 봤던 서양 총잡이 이미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어요. 내가 할 수 있고, 나에게 배어 있는 몸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다시 찾아본 것도 없고요. 흉내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도원이라는 인물은 정우성이 이제까지 쌓아왔던 이미지를 토대로 좀더 응용되고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비주얼이 멋지다고 해서 난 이런 끝내주는 장면을 찍을 거야, 이런 걸 해야 내가 살아남아,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고요. 제가 오히려 즐겼던 건 액션보다 강호 형이랑 붙는 신들이었어요. 굉장히 상반된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긍정적이고 귀여운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 같아요.

제가 데뷔한 지 벌써 15년이네요. 그렇다고 뭐 중견배우라는 생각은 안 하고요. 하하하. 배우로서 15살이면, 이제 뭔가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아닌가요? 젊음을 유지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과거에 제가 청춘의 아이콘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면, 이젠 정우성이라는 이름 하나로 살아남아야겠죠. <비트>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정우성이 아닌 민이를 주목했지만, 이제 <놈놈놈>이 개봉하면 사람들은 도원이라는 이름을 말하는 대신, “정우성 봤어?”라고 말할 거예요. 그게 바로 15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값진 수확인 것 같아요. 참, 이제 앞으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아요. 연말 정도에 <시티 헌터> 촬영에 들어가는데, 이게 재밌는 케이스예요. 일본 원작을 한국 제작사가 샀는데 지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월드 와이드 배급으로 갈 것 같은데 영어 대사가 좀 걱정이 큽니다. 하하하하. 연출은 언제 하냐고요? 얼마 전에 제작사 차려서 열심히 진행 중입니다. 시나리오는 거의 다 끝난 상태예요. 액션영화고요. <시티 헌터> 찍으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우고 거기서 조성된 인력을 제 영화에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인공요? 그거야 제가 하고 싶죠. 하하하. 근데 지금 예산이 너무 심하게 커져버려서 문제예요. 아아, 큰일이야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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