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스와프 렘이라는 이름에서 사람들이 떠올릴 만한 작품은 오로지 <솔라리스>뿐이다. 하지만 종종 형이상학적으로 철학적인 원작과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 질려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들을 멀리하는 건 실수다. 렘은 우주적인 철학가인 동시에 맛깔스러운 문학가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되는 <사이버리아드>(사이버시대의 ‘일리아드’라는 의미다)를 예로 들어보자. 이 책은 창조자 로봇인 트루를과 클라포시우스가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벌이는 열다섯 가지 모험을 실은 블랙코미디 단편 모음집이다. 신처럼 전능한 두 마리 로봇이 이런저런 은하계의 괴상한 장소와 인물들을 섭렵하며 따먹는 농담들을 보노라면 키득거림을 멈출 수가 없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좋아했던 팬들이 무작정 좋아할 만한 유머는 아니지만 SF와 슬랩스틱의 지적인 결합을 <사이버리아드>만큼 잘해낸 작품은 거의 없다. 과학소설 전문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뛰어든 ‘오멜라스’는 앞으로 6권의 스타니스와프 렘 작품들을 하나하나 출간할 예정이다. 오멜라스라는 이름 자체가 어슐러 K. 르귄의 단편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서 따온 거다. 뭐 좀 아는 사람들이 만든 브랜드다. 번역도 당연히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