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불면증 환자에 카페인 중독증 환자다. 온갖 불면증 치료법과 수면제가 무력하다는 것을 지겹도록 체험한 빌 헤이스는 잠 못 이루던 밤을 이용해 수면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잠의 실마리를 찾아 부나방처럼 날아다니던 그의 노력은 <불면증과의 동침>을 통해 훌륭한 과학 교양서이자 흥미진진한 에세이로 탄생했다. 헤이스는 현대 수면과학의 창시자였던 너새니얼 클레이트먼, 렘수면의 발견자인 유진 아제린스키, 잠자리와 집안일의 개혁을 통해 여성 해방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메리 스톱스, 몽유병과 잠꼬대의 비밀에 맞선 에드워드 빈스 등 수면의 비밀을 밝히고자 고투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이며 생생한 에피소드를 통해 제시한다. 동시에 그는 다소 딱딱한 과학적 명제들을 놀랍도록 절묘한 바느질 솜씨로 자신의 삶에 꿰매어 넣는다. 몽유병에 시달렸던 어린 시절의 경험부터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감춰야 했던 아슬아슬한 기억까지, <불면증과의 동침>은 잘 정리된 교양 상식의 틈새로 한 인간의 진솔한 초상을 펼쳐놓는 논픽션의 마법을 보여준다. 그러니 평생 불면증과 씨름을 벌여온 헤이스가 안타까우면서도 다음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저자는 좀 쉬어야 한다. 하지만 그가 깨어 있던 모든 시간은 그의 아름다운 저서들로 보상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