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중에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간에 손가락질당할 만한 일을 저지릅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때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중략) 잘라내버려라. 누군가를 잘라내지 않으면, 배제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행복이 있다.” 낳아준 부모가 목숨을 앗아간 도이자키 아카네는 가출을 핑계로 부재가 숨겨지는 문제아였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마루 아래 16년 동안 묻혀 있었다. 아카네의 죽음은 부모의 자수로 드러나는데, 시효가 만료되어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잊혀진다. 미야베 미유키는 <모방범>의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의 9년 뒤를 <낙원>으로 불러들였다. 시게코는 죽은 아들이 예지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 중년 부인의 의뢰로 그 흔적을 조사하다 아카네 사건까지 손이 닿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모방범>의 그림자와도 마주치게 된다. <낙원>은 아카네의 죽음을 조사하는 이야기와 표면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그리고 두 이야기가 만나고 진실이 밝혀지는 결말에 이르면, 16년간의 고통과 바꾼 한순간의 낙원이 실체를 드러낸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사회고발적 성격은 덜었지만,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됐을 사건들에 대한 서늘한 불안이,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