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기세에 밀려 <조선일보>의 논조가 좀 바뀌나 했는데, 광고 압박이라는 내 밥그릇이 걸리자 체면도 염치도 벗어던졌다. 시위꾼이든 누리꾼이든 몽땅 처벌된다(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처벌해야 한다)는 유의 비장미가 부활했다. 정말 이 신문은 그 과단성과 용맹함이 ‘칭찬’ 받을 만하다(다들 아시죠? 요즘 ‘부당한 광고탄압’에 맞서 조·중·동 살리기 운동본부 생겨난 거. 여기 가면 조·중·동 폐간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볼 수 있고 조·중·동에 광고하는 기업을 ‘칭찬’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답니다. 해외 사이트인 이곳에 광고기업 명단을 올려놓으면 모호한 법률근거 갖다붙이느라 안 그래도 바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돕는 길이기도 합니다).
조·중·동이 교과서로 여기는 미국에서도 소비자 불매운동은 좌우 막론하고 보편적이다. 불량제품에 대한 정당한 항거이자 소비자 권리로 인정된다. 당연히 합법이다. 해당 언론사가 불법이라고 우기는 일도 없을뿐더러 검찰이 수사까지 나서는 것은 상상에서나 가능할까. 포털 삭제? 아 유 조크?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폭스방송 주최 토론회에서 배제된 한 후보는 지자들에게 이 방송의 광고주들에게 항의하자는 자세한 행동요령이 담긴 글을 온라인 소식지를 통해 뿌렸다. 네티즌은 여기에 ‘숙제했어요’(Did it)라는 댓글을 달며 동참했다. 폭스방송사는 이에 대해 ‘불매 유도 메일에 자기네 보도를 인용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옹색한 토만 달았다고 한다(그 밖의 재미있는 얘기는 인천대 신방과 전영우 교수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언론사는 구독료와 광고비에서 돈을 번다. 상품값에 광고비가 포함돼 있다. 소비자는 광고비를 지불한 사람으로서 내가 싫어하고 불만있는 매체에 광고를 싣지 말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항의 전화 때문에 기업의 업무가 마비된다고? 고객센터는 소비자 불만 접수하라고 있는 곳 아니야? 나도 알고 너도 알지만, 애로는 있겠지. 언론사 눈치 보느라고. 그렇다면 진짜 업무 방해는 눈 부라리고 ‘기업 니들이 좀 어떻게 해봐’라며 행간으로 협박한 언론사의 짓이 아닐까? 방송통신심의위는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오히려 ‘기사 삭제’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내 마음속 촛불이 외치네. 아, 양희은 언니 콧소리로 한번 뽑아볼까. “당신네들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곳에 찾아와 어느새 촛불 하나 이렇게 밝혀놓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