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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44] <혈의 누> 프로덕션디자인 스케치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44번째는 민언옥 미술감독이 기증한 <혈의 누> 프로덕션디자인 스케치입니다.

김대승 감독의 2005년작 <혈의 누>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고어적인 살인장면이 등장하는 스릴러 사극이다. 신인 이원재 작가가 ‘조선시대 연쇄살인사건’을 컨셉으로 시작해 3년을 매달려 준비했고 <춘향뎐>의 민언옥 미술감독의 시각적 상상력이 빛을 발하며 과잉과 탐욕이 넘실대는 가상의 섬 동화도를 만들어냈다. 조선 말기 각 계층의 부를 둘러싼 욕망은 격렬한 사회변동을 야기했고 신분제 사회는 동요했다. 인간 군상이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욕망의 소용돌이가 바로 동화도의 이미지이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인 캐스퍼 데이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참조했다는 민언옥의 그림들은 기괴하고 어둡다. 동화도의 로케이션 장소인 여수 지역의 섬과 마을을 찾기까지 무려 6개월이 걸렸다. 동화도에 도착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풍경은 비뚤비뚤 흘러내리듯 지어진 초가집들 사이로 하늘을 찌를 듯 섬뜩하게 솟아 있는 기다란 장대들이 가득한, 기이한 느낌을 주는 포구와 마을이다. “포구에 들어서는 순간 현실세계와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우글거리는 욕망으로 인해 황폐해진 상황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상보다는 심리적인 상황을 반영하는 게 더 중요했다.”

금난전권이 해소되고 상업자본이 형성되면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는 공간, 제지소 건물은 가내수공업 공간에 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상상했다. 도르래와 거중기, 지게와 수레가 밧줄로 어지럽게 얽혀 스릴러물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제지소 건물에 스토리가 많아야 했다. 그 건물 자체가 강 객주, 안 보이는 또 다른 원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지소 내부의 염료통은 강 객주의 눈과 같은 것이어야 했다.” 5일간의 연쇄살인사건을 8개월간 촬영했던 <혈의 누>의 프로덕션디자인은 현재 한국영화박물관에서 기획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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