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강우석 프로덕션으로 출발해 95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시네마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배급 사업을 시작한 것은 98년이다. 소규모로 배급에 뛰어든 것은 그 전 해였지만, 1년치 라인업을 꾸리고 계획적인 배급을 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라는 얘기다. 한때 막강한 직배사들의 아성에 도전했고, 삼성 같은 대기업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으며, 절정기에는 독점 논란까지 제기될 정도로 한국영화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시네마서비스의 배급 사업이 10년 만에 막을 내릴 분위기다. 강우석 감독의 한 측근 인사에 따르면, 최근 강 감독은 연출과 제작, 그리고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배급 사업 포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업은 사실상 무의미해졌고 라인업을 구성하기 위해 무리한 소모전을 벌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네마서비스의 최근 배급작은 <섹스 앤 더 시티> <서울이 보이냐> <도레미파솔라시도> <집결호> 등 배급 대행작이었다. 정작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하는 <강철중: 공공의 적1-1> <신기전> <모던보이> 등은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네마서비스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배급사 관객동원 순위에서 1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사상 최악의 성과를 냈다.
배급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강우석 감독은 시네마서비스를 위한 새판 짜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660호 취재파일 참조). 이 측근은 “강 감독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대기업이나 대형 투자사와 손을 잡고 시네마서비스를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재편의 핵심은 당연히 자본이다. 배급을 포기하는 대신 투자와 제작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그의 구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우석 감독의 스타일로 봤을 때 대기업 또는 투자자본의 지배권 아래로 들어가기보다는 펀드를 구성하는 방법론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시네마서비스의 대다수 직원들은 최근 강우석 감독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좀더 효율적으로 구조조정 및 체제 재편을 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시네마서비스 재편의 가장 큰 변수는 CJ엔터테인먼트다. CJ는 최대주주인 강우석 감독(45%)에 이어 시네마서비스 주식 37%를 확보하고 있으며, 시네마서비스-강우석 감독과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관계를 맺고 있다. 강 감독이 다른 파트너와 새판을 짜게 될 경우 CJ가 이를 용인할지, 아니면 강 감독과의 파트너십을 포기할지는 시네마서비스의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