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A. 하인라인은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SF소설계의 “빅 스리”(Big Three)로 불린다. 그러나 글쟁이로서의 재능에 있어서라면 그는 나머지 둘을 성큼 넘어선다. 그를 군국적 파시스트라고 몰아붙이는 몇몇 장르팬들이야 순결한 학자 타입의 아시모프와 클라크가 좋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인라인이 훨씬 뛰어난 문학가라는 걸 거부하기는 힘들 게다. 오랜만에 새로(그리고 제대로!) 번역된 <낯선 땅 이방인>은 하인라인의 대표작 중 하나다. 화성인들 사이에서 자란 주인공 마이클이 지구로 돌아온다. 그리고 세상의 온갖 핍박을 무릅쓰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제 몸을 바친다. 하인라인의 의도는 간단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현인 마이클을 통해 60년대 서구사회의 종교와 윤리, 사회제도에 맹렬한 폭격을 퍼붓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대화는 때때로 소피스트의 설법 같고 때로는 68세대의 로망 같다. 60년대 히피세대 사이에서 경전처럼 읽힌 <낯선 땅 이방인>은 SF소설이 시대적인 정신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증거다. 장르 문외한에게 이걸 권할 때는 ‘비트 제너레이션의 SF소설’이라고 명명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