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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라벤더의 연인들>

가슴이 두근두근 지수 ★★★ 연하남 꽃미모 수긍 지수 ★☆ 사랑이냐 집착이냐 미저리 지수 ★★★☆

1930년대 영국의 한 해변 마을, 자넷(매기 스미스)과 우슐라(주디 덴치)는 폭풍이 지나간 다음날 해변가로 떠밀려 온 청년을 발견한다. 영어를 못하는 청년 안드레아(다니엘 브륄)의 출현은 티타임과 뜨개질과 해변가 산책을 즐기던 자매의 우아하나 권태로운 생활에 달콤한 변화를 준다. 우슐라의 눈물겨운 영어몰입교육의 결과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자 그들은 청년이 폴란드 출신이며 재능있는 바이올리니스트임을 알게 된다. 미청년 안드레아는 노처녀로 늙어버린 우슐라의 감정을 점점 휘어잡고, 우슐라는 처음 짝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어찌할 바 모르게 된다. 언니 자넷은 딸의 첫사랑을 바라보며 그 감정을 소중하게 지켜주는 속 깊은 엄마와도 같고, 감정에 서툰 소녀 같은 동생 우슐라는 철부지 딸인 듯만 싶다.

70대 노배우 매기 스미스와 주디 덴치의 출연만으로도 우아한 기품이 뿜어나오는 영국영화 <라벤더의 여인들>은 전쟁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은 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드라마다. 사랑이란 늘 어떠한 의사소통의 불가능, 정확한 의미 지시의 불능을 초래하는 느닷없는 방문자로부터 온다. 그런 점에서 해변가에 떠밀려 온 이 낯선 언어의 청년은 분명 그들에게 예고없이 수취된 그 미묘한 감정의 은유일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광과 감성적인 음악은 영화의 품격을 한층 높인다. 그러나 그뿐, 서사는 영화의 기본적인 높은 교양의 틀과 엇박자를 일으키며 의외의 방향으로 관객을 이끈다.

무엇보다 영화는 길고 힘겨웠을 우슐라의 고독의 내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들뻘도 아닌 손자뻘 되는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는 노년의 설렘이 무척이나 서툴러 보이는 까닭은 연기력 미숙 때문이라기보다 감정을 구축하는 서사적 설득력의 부족 탓이다. 그래서 영화의 곳곳에는 노년의 로맨스가 과잉집착 스릴러로 변질될 듯한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다.

tip/ <전망 좋은 방>(1985)에서 동반 출연한 바 있던 주디 덴치와 매기 스미스는 이 영화에 캐스팅될 당시에도 <웨스트 엔드>라는 연극을 함께하고 있었다. 각각 007 시리즈에서 쿨한 M 역과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미네르바 교수 역으로 잘 알려진 두 배우는 모두 ‘데임’(Dame) 작위를 받은 영국의 명배우이자 일흔세살 동갑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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