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면에서 심장 덜컹 지수 ★★★★☆ 범인 궁금증 지수 ★★ 불쾌하지 않은 공포 지수 ★★★☆
새벽 4시, 노크 소리가 집 안을 울린다. “타마라 집에 있나요?”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모르는 이름을 묻고 돌아간다. 이상하다고 여기는 순간이면 이미 늦었다. 별장에서 하루를 지내기로 한 크리스틴(리브 타일러)과 제임스(스콧 스피드먼)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내 집”에서 가면을 쓴 3인조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 신출귀몰하는 미지의 상대 앞에 속수무책인 크리스틴과 제임스를 희생양으로 고른 침입자들은 냉정하게 위협의 강도를 올린다.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작한 새벽의 테러는, 도끼로 현관을 찍어대더니 휴대전화를 불태우고 전화선을 끊어 두 사람을 외부와 완전히 고립시킨다. 그리고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기 전에 실컷 가지고 놀듯이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태연히 지켜볼 뿐이다. 숨을 죽이면 심장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집 안과 달리 정적이 감도는 집 밖은, 유일한 그러나 침묵하는 목격자다.
<노크: 낯선자들의 방문>은 대담하게도 앞으로 보게 될 사건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FBI가 통계한 미국 연간범죄율로 신뢰를 얻은 목소리는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맺는지를 알려주는 다소 위험한 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공포영화에서 실화가 가지는 효과는 각별하다. 실화라는 것을 알게 된 관객은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 이라는 심리적 안전망에 기대 맘놓고 소리지를 수 없다. 특히 <노크…>처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어떤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을 때, 영화는 현실의 누군가에게 실재했던 지옥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는 절규에 돌아오는 무미건조한 대답은 크리스틴이 느꼈을 만한 허탈한 오싹함을 그대로 전달하고, 3인조의 범죄 행각이 계속될 것을 암시하는 결말은 실화라는 설정에 힘입어 언제 다시 반복될지 모르는 불안한 가능성을 암시한다.
가택 침입이라는 소재에서는 <퍼니 게임>이, 가면을 쓴 괴한에게 칼부림을 당한다는 점에서는 <할로윈> 시리즈와 <발렌타인>이 떠오를 만큼 <노크…>에는 선배들의 작품을 참고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탓에 고루한 장면들도 눈에 띄지만, 시나리오 데뷔작이 연출 데뷔작이 된 브라이언 버티노는 비명을 아끼고 사운드를 활용해 신인답지 않은 원숙함을 선보였다. 장작이 타는 소리, 벌레 우는 소리는 침묵을 부각시키고, 익숙한 생활 소음들은 신경줄을 감았다 푸는 얼레 역할을 한다. 연륜있는 촬영감독 피터 소바의 빈틈없는 시선과 신속한 전개 역시 분위기를 몰아가는 조력자다. 가면 뒤에 숨은 범인들과 대비되게 알려진 배우를 기용해 캐릭터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힌 연출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리하여 이유없는 폭력에 쫓기는 등장인물의 두려움이, 흔한 공포영화가 선사하는 두근거림을 넘어 보는 이의 심장을 조여오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이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당하는 정신적 고통의 강도로 보건대 고문 호러의 하위 장르로도 손색이 없다.
tip/프랑스 호러 <뎀>(2006)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라는 오해를 살 만큼 두 영화는 비슷하다. 시나리오가 쓰여진 순서로 따지면 <노크: 낯선자들의 방문>이 <뎀>보다 2년 앞선다는데, 공교롭게도 <뎀>이 유럽에서 유명세를 얻고 나서야 촬영을 마쳤으니 형 동생을 가리기는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