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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합법 다운로드, 출발이 좋다!
이영진 2008-07-01

<추격자>로 본격 시작된 온라인 VOD 서비스, 기대 이상의 성과 거둬

전국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오른 <추격자>가 본격적인 합법 다운로드 시대를 열어젖힐 것인가. 6월23일부터 씨네로닷컴, 아이팝미디어, 폴더플러스 등 20여개 웹하드 사이트에서 온라인 합법 다운로드를 시작한 <추격자>가 6월25일까지 1만5천여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함께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씨네21i쪽은 “첫날 한 사이트에서만 무려 1500건의 유로 다운로드가 이뤄졌다”면서 “DVD 출시 전이라고 하나 이 같은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추격자>의 ‘프리미엄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한 관객의 수요에 대해 투자사인 벤티지 홀딩스쪽에서도 놀라는 분위기다. 벤티지 홀딩스의 정석영 실장은 “부가판권 시장이 너무 안 좋은 상황에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찾다가 프리미엄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택했다”면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더 빠르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관객도 호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번 온라인 프리미엄 서비스는 극장에서 종영한 뒤 3주 뒤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시작한 IPTV보다 2주 늦게 시작했는데도 결과는 그에 못지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리미엄 다운로드 서비스 이용가는 건당 3천원이다. DVD 출시 시점부터는 현재 가격에서 2천원으로 재조정된다. 과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소수 웹하드 업체를 제외하면 이용자들의 가격 저항은 “우려와 달리 크지 않다”. 씨네21i 관계자는 “반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합법 다운로드 안착을 위한 과도기 상황임을 감안하면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추격자>의 경우 IPTV 서비스 시작과 함께 불법복제파일이 TV딥 방식으로 웹하드 사이트에 유출되긴 했으나 그닥 큰 타격을 입진 않은 듯하다. 화제작인데다가 프리미엄 서비스의 화질이 TV립(RIP) 방식보다 훨씬 월등한 수준인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씨네21i쪽은 이후 HD급 화질의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응을 얻은 가장 큰 원인은 기존 홀드백 구조의 변화

<추격자>의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호응은 무엇보다 기존 홀드백 구조에 변화를 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존 온라인 VOD 서비스는 대개 해당 영화의 DVD가 출시된 지 “2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DVD 출시를 기점으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불법복제파일에 비해 시점이든 화질이든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양심을 지키겠다는 이용자가 있겠는가.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경우 “불법복제파일 다운로드 건수 또한 200만번은 족히 된다”는 업계 관련자들의 말이나 “한해 불법파일 다운로드가 3억3천번 이상 이뤄지고 있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가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추격자>를 기점으로 온라인 판권을 보유한 국내외 영화 300여편의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씨네21i는 기존 부가판권 홀드백에 변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줄 계획이다. 씨네21i의 김준범 이사는 “다양한 뉴미디어 매체가 형성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부가시장에서의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홀드백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벤티지 홀딩스의 정석영 실장도 “추후 작품들의 온라인 배급 방식은 <추격자>의 결과를 지켜본 다음에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기존 홀드백 구조를 고집할 경우 저작권자들의 수익이 줄어들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씨네21i는 합법적인 영상 파일을 직접 배포하는 방식 외에도 “이용자들이 올리는 불법복제파일을 삭제처리하거나 콘텐츠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영상파일 고유의 유전인자라고 볼 수 있는 해시값 검색을 통해서 불법복제파일이라고 할지라도 씨네21i가 제공하는 콘텐츠 요금을 적용하는 기술적 시스템을 이미 갖춘 상태다. 물론 요금 부과 방식의 필터링을 빠져나간 불법복제파일이 있을 수 있다. 씨네21i쪽은 이를 위해 20여개 웹하드 업체들과 함께 공동 모니터링 센터를 24시간 운영하는 방식으로 ‘클린’ 플랜을 완성할 예정이다.

성과에 따라오는 영화계 전체의 공감이라는 숙제

웹하드와 P2P라는 창구를 양성화해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 창구로 활성화하기. 홀드백 변화를 통해 이용자들의 달라진 관람 패턴을 적극 수용하고 동시에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제협과 씨네21i의 이 같은 입장에 모두 동의의 뜻을 밝히는 건 아니다. CJ, 워너브러더스 등 대형 배급사들은 웹하드, P2P 업체들에 대한 좀더 강력한 처벌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부가판권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에 동의한다”면서도 불법복제파일을 유통한 책임이 있는 업체들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고 말한다.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협의회’를 통해 진행 중인 저작권 침해 중지 가처분 신청 및 관련 법적 소송들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웹하드와 P2P라는 창구를 양성화해 활용하는 것은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제작자는 “법적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몰아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기존 홀드백 구조 안에서 합법과 불법을 논하는 것은 디지털 네트워크상에서 좀더 빠르고 편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길 원하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원칙론과 현실론 모두를 충족시킬 만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여한구 제협 부회장은 “공론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해서 그렇지 업계 내에 반목이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과거는 법의 심판에 맡기되 현재와 미래는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법까지 병행해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VOD 서비스에 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사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또 있다. 바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간의 협의 테이블 마련이다. 이미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 씨네21i에 이어 KTH가 6월 초 관련 사업에 대한 계획을 밝혔고 여타 업체들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각개약진을 할 경우, 온라인 VOD 서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있어 공동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금 프로그램을 제각각 개발해야 한다든지 불법 파일 해시값에 대한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부가판권 시장 활성화가 나락에 빠져든 한국영화산업을 구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산업 전체 매출 중 극장 수익이 80% 이상, 많게는 90%까지 넘나드는 기형적 구조를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점 중 하나는 부가판권 시장을 몰락하게 만든 주범을 찾아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객의 요구를 제때 적절하게 읽어내지 못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추격자>가 내디딘 첫발은 성과이자 동시에 숙제이기도 하다. 영화계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 서비스는 회사들이 주고객이다”

씨네로닷컴 주경섭 대표 인터뷰

“온라인의 유료관람 시장을 지켜왔다.” 인터넷 VOD 서비스 사이트들을 평가하는 업계의 말이다. 본격적인 합법 다운로드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덤핑이 아닌 정당한 과금정책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VOD 서비스 사이트들이 유료관람 시장을 지켜온 덕분이라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VOD 서비스 사이트인 씨네로닷컴은 많은 VOD 서비스 업체들이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퇴출될 때도 흔들리지 않고 다양한 사업개발을 통해 자리를 지켜온 업체다. 씨네로닷컴의 주경섭 대표를 만나 온라인 유료관람 시장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온라인 VOD 서비스란 발상은 어떻게 한 건가. =설립하기 이전에도 이미 컴퓨터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있었다. 다만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영화를 볼 수 없었던 거지. 말하자면 트래픽이 필요했던 건데, 당시에 ADSL이 보급되면서 이게 가능하겠구나 했던 거다.

-많은 VOD 서비스 사이트가 있었지만 대부분 도산했고, 남은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떻게 회사를 지켜왔나. =일단 다른 회사처럼 자체 사이트만을 고집하지 않았던 게 컸던 것 같다. 하나로나 두루넷 등 인터넷 서비스 업체 사이트에도 서비스를 하면서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을 꾸렸다. 지금도 우리는 일반 유저 외에 회사들과 거래를 한다. 예를 들어 조인스닷컴과 계약해서 프리미엄 독자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페이지를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또한 다른 사이트들은 영화 판권에 1억원씩 지불하면서 시장을 선점하려 했었다. 그들과 달리 우리는 적당한 수준을 지켰던 덕분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유료 다운로드도 제일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가 이미 많이 성행할 때 한 거다. 당시 PMP 같은 기계들이 보급되면서 그에 맞는 코덱이 처리된 영화파일을 서비스했다. 코원이나 아이리버와도 연계 중이다. 기존의 웹하드를 통해 개인이 PC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씨네21i의 서비스 방식과는 다르다.

-앞으로는 어떤 서비스 방식을 생각하고 있나. 온라인 VOD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 =우리가 판권을 보유한 영화는 VOD 외에도 IPTV, 위성방송의 페이퍼뷰 채널로 들어간다. 스카이라이프 페이퍼뷰에는 우리가 보유한 성인콘텐츠가 40% 정도 들어가 있다. 하나TV나 메가TV도 마찬가지다. 일단은 앞으로도 새로운 매체나 채널이 생길 때마다 시도해볼 생각이다. 현재는 네비게이션으로 영화를 서비스하는 사업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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