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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충실히 재현된 동화의 동심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
장영엽 2008-06-25

동물 캐릭터 리얼 묘사 지수 ★★★★ 주요 관객층이 10살 미만일 가능성 지수 ★★★★★ 오락 지수 ★★

티키우 섬은 동물과 사람이 즐겁게 어울리는 지상 낙원이다.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빙산이 흘러들어오고, 동물학자 티버튼 박사(이완호)와 동물들은 빙산 속에서 거대한 알을 발견한다. 알을 깨고 나온 이는 놀랍게도 공룡이다. 빙하시대에 얼어버린 공룡알이 다치지 않고 보존된 것이다. 티버튼 박사 일행은 아기 공룡의 이름을 임피(김서영)로 짓고, 코가 닮았다는 이유로 엄마 돼지 펙(안경진)에게 그를 돌보게 한다. 한편 희귀한 동물수집가인 왕(황원)은 이 사실을 알고 공룡 사냥을 계획한다. 그때부터 임피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동물들과 왕의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은 독일의 동화작가 막스 크루제의 <아기공룡 우르멜이 태어났어요>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동화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했다는 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거나 어른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발굴하려는 최근 애니메이션의 경향과는 사뭇 다르다. 이는 동화의 미덕인 동심을 영화에도 반영하겠다는 암시고, 영화는 78분의 상영시간 동안 이러한 암시를 충실히 재현해내는 데 성공한다. 우정이 가장 중요한 티키우 섬의 동물들은 임피가 위기에 처하자 주저없이 그를 구하러 나서고, 여기에 갈등구조는 없다.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삽입한 유머 코드 또한 없다. 온갖 말썽을 부리는 주인공 임피나 ‘잘난척 대마왕’ 황새 슈(오세홍)의 장난마저 디즈니나 드림웍스의 악동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순진하다. 가족 단위의 관객이라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겠지만 오락성을 기대한 어른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애니메이션 자체의 완결성이다. <돼지코 아기공룡 임피의 모험>은 찬찬이 뜯어보면 흠잡을 데 없는 요소들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이다. 바다코끼리의 목주름이나 펭귄의 짧은 털, 물에 젖은 새의 깃털은 실사영화를 보듯 세세하게 묘사된다. 의외로 이처럼 현실적인 동물의 생김새와 동작들이 신체적 특징만 부각시킨 동물 캐릭터보다 훨씬 귀엽게 느껴진다. 동물과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이는 전문 성우의 목소리는 ‘목소리 연기’가 애니메이션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영화 <말아톤>, 애니메이션 <스팀보이>와 <개구리 중사 케로로: 최종병기 키루루> 등에 목소리 출연했던 성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Tip/ 임피의 원조인 아기공룡 우르멜을 창조해낸 독일의 동화작가 막스 크루제는 1969년 <얼음나라에서 온 우르멜>로 공룡 시리즈의 서막을 올렸다.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끈 우르멜 시리즈는 총 11권이고, 전체 발행부수는 300만부에 이른다. 아기공룡 우르멜은 40년 뒤인 지금도 비디오와 DVD, 뮤지컬, 인형극, 장난감 등으로 만들어져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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