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6월19일(화) 2시 장소 용산CGV 개봉 7월3일
이 영화 독일에서 ‘위조의 제왕’으로 명성을 떨치며 화려한 삶을 살던 살로몬 소로비치는 경찰에 체포된 후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타고난 그림 실력과 예술적 재능으로 나치 친위대 간부들의 초상화 등을 그려주며 다른 수용자들보다 나은 생활을 누리던 소로비치는 수용자 중에 전직 인쇄 기술자, 은행 직원들과 함께 나치의 대규모 위폐 생산과 공문서 위조 작전인 ‘베른하트 작전’에 투입된다. 실패하면 죽음 뿐인 작전에서 탱고 선율이 흐르는 작업 환경과 탁구대 등 다른 수용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이 이들에게 주어지지만, 영국 파운드에 이어 미국 달러까지 완벽한 위조를 눈앞에 둔 이들은 삶과 영혼의 양심이라는 선택 속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100자평
2차 세계대전 직전에 독일에서 활동하던 위조지폐범 소로비치는 경찰에 체포된 뒤 유태인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나치 간부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연명하던 그에게 특별한 임무가 주어지는데...그의 재능과 관록이 특별히 쓰일 '베른하트'작전(나치군에 의한 대규모 파운드화/달러화 위폐 제조 작전)에 투입되었던 것. 영화는 '베른하트' 작전에 투입된 유대인 전문가들이 놓인 실존적 상황, 즉 다른 유대인 포로들에 비해 좋은 대접을 받는 것에 안락함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들이 찍어내는 위폐가 나치의 군자금으로 쓰일 것을 알기에 더 큰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협조할 수 밖에 없는 갈등을 잘 묘사한다. 소로비치는 나치의 지원하에 혼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장비와 인력으로 완벽한 위폐를 만드는 것에 기술자로서의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위폐공작소의 팀장으로써 '정치적 신념에 따라 저항하려는 팀원'과 화가로서의 감수성을 간직한 후배 미술학도 등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매순간 저항과 생존 사이의 회색지대에서 분투한다. 이 영화의 진전한 가치는 바로 살아남기 위해 불의를 강요당할 때, ! 생존이냐 양심이냐의 이분법에 빠지지 않고, 구체적인 사안들마다 끊임없이 차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카운터페이터>는 (<타인의 삶>의 제작사가 만든 후속작품임을 홍보하고 있지만) <타인의 삶>과 달리, 한 인간이 정치적인 어떤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슬그머니 넘어오는 것을 그리지 않는다. 소로비치는 처음에도 위폐범이었고 나중에도 위폐범이지만,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고 동료를 죽게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윤리적 최대치를 기울인다. (역사는 이런 사람들에 의해 촘촘히 씌여진 거대한 책이다.) <카운터페이터>는 (그동안 거의 다루어지지 못했던) 엄혹한 시대의 '회색지대'에 관한 진중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