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아트영화 상영관에서 놀랐던 건 관객 중 상당수가 50대 이상이라는 사실이었다. 희끗거리는 머리칼과 굽은 허리를 가진 이 관객들은 나루세 미키오, 마뇰 드 올리베이라, 그렉 아라키 등 다종다양한 감독의 예술영화를 거리낌없이 관람했다. 아마도 이들은 예술영화가 쏟아져나왔던 ‘혁명기’ 60년대와 70년대 당시엔 혈기방장한 20대였으리라. 반면 젊은 관객이 생각보다 적다는 점 또한 놀랍다면 놀라운 일. 영화문화에 관한 한 아직도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올 여름 이대 주변을 잘 둘러봐야 한다. 예술영화 전용관 필름포럼이 이 부근으로 이전하는 데 이어 씨네큐브 광화문을 운영하는 백두대간이 이대 내부에 아트하우스 모모를 열기 때문이다.
올해 3월까지 낙원동 옛 허리우드극장에 자리를 잡아왔으나 극장쪽 사정으로 공간을 비울 수밖에 없었던 필름포럼은 오는 7월 초 이대 후문 맞은편 하늬솔빌딩 지하 1층에 새 극장을 연다. 상영공간은 94석과 54석짜리 2개관이지만, 바닥 공간이 꽤 넓은 편이라 책과 DVD를 판매하는 코너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강의실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필름포럼 이리라 이사는 “500석과 200석이었던 낙원동 극장보다는 작지만, 좀더 알차게 꾸려갈 수 있을 만한 규모”라고 설명한다.
백두대간의 ‘아트하우스 모모-이화·KB시네마’는 이대 안에 만들어진 복합공간 이화여대캠퍼스센터(ECC)에 8월 중순쯤 들어설 예정이다. 138석짜리 2개관을 갖춘 이 극장의 컨셉은 ‘라이프+스타일 시어터’. 극장 안에 카페 공간이 있는데다 극장 출구가 곧바로 갤러리로 이어지는 등 복합문화공간적 특성을 살려 ‘문화적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씨네큐브’ 대신 새로운 이름을 정한 것도 “씨네큐브의 중후하고 무거운 느낌 대신 이 지역과 어울리는 젊고 참신한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모모는 개관 예정작인 러시아영화 <나는 인어공주>처럼 젊고 트렌디한 예술영화를 상영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영화 관객을 발굴하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모모와 필름포럼이 음악, 미술, 문학 등 다른 예술과 결합된 프로그램을 계획 중인 것도 젊은 예술영화 관객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20대 시절 예술영화를 즐기던 30~40대의 안정적 관객층을 확보한 씨네큐브,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미로스페이스 등의 ‘광화문 벨트’와 달리 20대 예술영화 관객들을 만들어야 하는 필름포럼, 아트하우스 모모의 ‘이대 벨트’는 쉽진 않지만, 좀더 의미있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