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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거나, 혹은 미루거나
장영엽 2008-06-24

할리우드에 부는 파업의 징조와 그에 따른 제작진들의 대처

<트랜스포머2 촬영현장>

할리우드는 지금 태풍전야다. 그 중심에 ‘6월30일’이 있다. 30일은 영화방송제작가연합(AMPTP)과 배우조합(SAG)의 계약이 끝나는 날, 즉 배우조합의 파업이 예상되는 날이다. 재계약 조건으로 ‘DVD 판매와 뉴미디어 콘텐츠의 수익 분배’를 요구했던 배우조합의 제안을 AMPTP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파업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누구도 6월30일 이후에 끝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6월30일 이후에 시작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파업의 충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를 통해 밝힌 배우쪽 변호사의 입장은 위와 같은 예측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배우조합의 계약만기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분주해지는 사람들은 할리우드 제작진이다. 배우조합에 소속된 사람은 약 12만명.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차후 계획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규모다. 이에 따라 제작진은 이미 촬영 중인 영화의 제작을 서두르거나 계획된 프로젝트의 시작을 늦추고 있다. 6월30일까지 크랭크업의 압박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는 마틴 스코시즈의 <셔터 아일랜드>, 피터 잭슨의 <러블리 본즈>, 스티븐 소더버그의 <인포먼트> 등이 있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하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와 리들리 스콧의 로빈후드 스토리 <노팅엄> 등은 늦여름 이후로 크랭크인을 늦추기로 결정한 작품. 파업 기간에도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배우의 촬영분을 미루고 특수효과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트랜스포머2>나 <터미네이터 셀베이션: 더 퓨처 비긴스>와 같은 영리한 영화들도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할리우드를 마비시켰던 작가조합(WGA)의 파업을 경험한 만큼 모두들 발빠르게 위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배우조합의 파업이 미치는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프로덕션 업체인 ‘포스트그룹’의 CEO 스티븐 버시바움은 “상황이 작가조합 파업 때보다 더 안 좋다”며 “배우조합이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찾을 수 없다. 파업의 효과는 대재앙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