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고! 이나중 탁구부>로 유명한 후루야 미노루의 가치는 엽기 장르의 창조에만 있지 않다. 변태스러운 개그의 향연 속에도 사회 비주류들에 대한 세밀하고 관심어린 묘사를 스리슬쩍 끼워넣곤 했던 그는 후속작 <두더지>와 <시가테라>에서 너무나 현실적이라 섬뜩하기까지 한 비주류 청춘들의 우울한 성장기를 섬세하게 묘사해냈다. 그의 장르적 변신을 아쉬워하는 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인기작가로서 주류의 반열에 들어설 수도 있었던 그가 선택한 비주류의 길은 박수를 받을 만한 것이었다. 마영신의 <뭐 없나?>는 그런 후루야 미노루의 시선과 궤를 같이하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우울한 성장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마영신은 이경석, 김수박, 권용득, 앙꼬 등과 함께 기성만화와 사회가 시선을 주지 않았던 계층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아내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다. 82년생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속에서 마영신과 그의 친구들은 때로는 나이트에서 여자를 꼬이고, 때로는 스크린 경마에 푹 빠져 부모님의 돈을 훔치기도 하고, 때로는 어른들이 쌓아놓은 편견과 굴레 속에서 좌절하고, 때로는 운전면허취득 같은 소박한 성공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행복을 만끽하기도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왔다면 어디선가 본 듯, 언젠가 경험한 듯 느껴질 리얼 스토리는 어쩌면 ‘나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아’라고 스스로를 부정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대표적 자화상일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