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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넘어 육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소설의 공포
이다혜 2008-06-19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 이미지박스 펴냄

경고. 이 책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육체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글의 공포를 맛보게 해준다. 망설이거나 멈추지 않고 내처 달려 인간이 지닌 광기의 끝을 보여준다. 1년간 출간된 일본 국내외 미스터리 소설 순위를 매겨 1년에 한번 출간되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2007년 1위를 한 이 소설집은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있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미스터리, SF 장르로 분류할 수 있는 소설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공포물의 기운이 가장 짙다. 첫 작품 <에그맨>부터 마지막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까지 긴장이 쌓여 마지막에 광기가 폭발하는 수록 순서 역시 빼어나다.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슨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의 주인공은 고문기술자 엠시다. 고문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가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는 꿈속으로 파고드는 그림자는 현실에서 그가 자행하는 극악한 폭력과 번갈아 등장하며 불안을 배가한다.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극한의 상태에 놓인 주인공들의 선택은 또 다른 어둠으로 이어진다. 다만 그 과정은 엽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꼼꼼하게 기술된 잔인함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이 많을 거라는 사실은 미리 경고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