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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씩 떼어 기억하고 싶은 맑고 투명한 언어
최하나 2008-06-19

<눈물상자> 한강 / 문학동네 펴냄

아주 특별한 아이가 있다. 갓 돋아난 연둣빛 잎사귀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걸 보고도, 거미줄에 날개가 감긴 잠자리를 보고도, 하루 일에 지친 엄마의 길고 가냘프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고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이.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이 ‘어른을 위한 동화’로 발표한 <눈물상자>는 우리가 무수히 흘려보냈을 눈물의 의미를 다시 돌이켜보게 하는 짧고 아름다운 우화다. 동네 아이들에게 울보로 놀림받던 아이는 어느 날 ‘순수한 눈물’을 찾아왔다는 한 아저씨의 방문을 받지만 좀처럼 그 앞에서 눈물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이는 결국 아저씨를 따라 여행길에 오르고, 평생 단 한번도 눈물을 흘려본 적 없다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화가 났을 때 흘리는 주황빛 눈물, 잘못을 후회할 때 흘리는 연보랏빛 눈물,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할 때 흘리는 검붉은 눈물 등 눈물방울 하나하나에 차곡차곡 마음을 담는 작가의 따스한 손길을 따르다보면, 상처를 씻어내는 눈물이 하나의 축복이라는 동화의 속삭임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자체로 눈물처럼 맑고 투명한 작가의 언어는 한 문장 한 문장을 떼어 기억해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