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는 미국 인기 드라마 <섹스 & 시티>처럼 대도시에 사는 30대 싱글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매일밤 파티장으로 향하는 ‘잘나가는’ 뉴요커만큼은 아니더라도 서울의 평범한 싱글들 역시 자유롭게 데이트 상대를 고르며 일상을 즐긴다. ‘쿨’한 어른으로 비치겠지만, 그 속내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사춘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시를 배경으로 세련미를 덧칠하면서도 결코 현실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은 정이현 작가의 동명 소설은 25만부 이상이 팔린 데 이어 지난 6월6일부터 드라마로 재탄생해 전파를 타고 있다. 원작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캐스팅에, 영화 <사랑해, 말순씨> <인어공주>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이 연출을 맡아 ‘웰메이드 드라마’로의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 6월10일 서울 평창동의 한 야외예식장에서는 최강희, 지현우, 진재영, 문정희 등 출연진이 뙤약볕 아래서 더위와 씨름 중이었다. 주인공 은수(최강희)의 15년지기 재인(진재영)이 선본 지 2주 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다. 파릇한 잔디밭 위에는 색색의 장미 꽃잎이 흩뿌려져 꽃길이 나 있다. 꽃잎을 즈려밟으며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는 재인이건만, 얼굴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성급한 선택에 대한 불안감은 하객으로 참석한 전 애인의 얼굴을 보자 더욱 강렬하게 뇌리를 스쳐간다.
은수의 표정이 되레 신부보다 환하다. 재인의 결혼식날 은수는 태오를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소개한다. “내 인생은 잿빛”이라고 늘 푸념하던 은수는 하루아침에 총천연색 세계를 맞이한다. 연하남 태오(지현우), 맞선남 영수(이선균), 오랜 친구 유준(김영재) 등 모두 3명의 남자가 동시에 은수에게 대시하기 때문이다. 태오와는 우연히 한 술집에서 합석한 것을 계기로, 급속도로 관계가 진전됐다. 태오는 “우리 나이 차는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동갑이나 마찬가지”라며 능숙하게 누나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아는 연하의 영화감독 지망생이다. 최강희는 “7살 연하에게 빠지는 은수의 심리를 이해할 수는 있다. 나도 연하와 사귄 경험이 있는데 잘 맞았다”며 “하지만 30대에 들어선 뒤로는 영수처럼 안정적이고 의지가 되는 사람에게 더 끌린다. 은수가 머뭇거리는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라고 말했다.
컨버스 운동화에 청바지, 흰 티셔츠로 꾸밈없는 매력을 뽐내는 지현우는 특히 바가지 모양의 헤어스타일에 주목해달라고 말한다. “‘최강동안’으로 유명한 최강희씨 파트너잖아요. 제가 더 (나이)들어 보이면 안 되죠. (웃음)” 연하남 역할은 지현우에게 전공이나 다름없다. 이미 지난 2004년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단번에 ‘누나’들의 사랑을 얻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과감한 애정행각이나 애교 등으로 좀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뺏을 예정이다.
지난해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훈남’으로 떠오른 이선균도 전작의 캐릭터와 비슷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영수’란 지극히 평범한 이름에, 유기농업체 CEO란 직함이 다소 소박해 보이지만 배려심으로 은수의 마음을 끈다. 영수는 친화력있는 태오와는 달리 줄곧 은수와 일정한 거리를 두며 은근한 매력을 지피는데, 이선균은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일부러 최강희씨와 말을 놓지 않고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드라마와 같은 자극적인 반전은 없겠지만, 디테일이 풍성한 만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