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산성’을 세울 것인가, 자율심의 방향을 유지할 것인가. 보수를 표방하는 MB 정부의 노선 때문에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아왔던 제4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다. 6월11일 9명의 제4기 영상물등급위원들은 첫 회의를 열고 호선을 통해 위원장으로 지명혁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교수를, 부위원장으로는 <조선일보> 전문기자인 박선이씨를 선출했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6월10일 지 위원장, 박 부위원장을 비롯해 <맨발의 청춘>을 만든 원로 김기덕 감독, 권칠인 감독, 김호정 서울 YWCA 청소년유해환경매체 모니터, 윤석진 인천십정초등학교 교장,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재무이사,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를 3년 임기의 제4기 영상물등급위원으로 위촉했다.
가장 큰 관심은 현 정부가 등급위를 ‘잃어버린 10년’ 동안의 ‘분실물’로 간주할 것인가이다. 등급위는 실질적 검열기관이던 공연윤리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를 개선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6월 출범한 기구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명혁 신임 위원장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직 정부의 지침은 들은 바 없지만 개입하는 대신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것에 관해서 부정적으로 본다”고 전제한 뒤 “‘창작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대립되는 가치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라고 비판받아온 제한상영 등급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만들어진 영화가 상영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여론과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른다면 제4기 등급위는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쪽으로 나아갈 듯 보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 위원장은 2005년부터 2년 동안 영화등급분류소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데, 당시 함께 소위원회에서 영화등급을 심의했던 한 인사는 “그의 성향은 보수에 가깝다.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를 굳이 나눈다면 청소년쪽에 무게를 싣는 경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위원장이 직접 영화를 심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에서 위원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한 영화계 인사도 위원들의 면면을 지적하면서 “영화계의 목소리를 전달할 위원이 권칠인 감독밖에 없다”면서 제3기에 비해 심의가 보수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 ‘검열 완화를 계기로 한국영화가 활력을 찾았다’고 말하는 영화계와 ‘볼 권리’를 요구하는 관객 또한 이런 우려가 단지 기우에 그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