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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영화] 마연희 의상감독이 말하는 <영화는 영화다>
김도훈 2008-06-20

‘흑과 백’의 충돌이 부를 기묘한 액션 누아르

마연희 감독만큼 대중에게 얼굴이 잘 알려진 의상감독은 없을 게다. 이름만으로 얼굴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얼마 전까지 전파를 탔던 인테리어 벽지 광고를 하나 떠올려보시라. 이영애에게 “누구 감각?”이라고 묻던 지인(知人). 그녀가 바로 마연희 의상감독이다. 궁금증은 거기서 출발한다. <영화는 영화다>는 김기덕 조감독 출신인 장훈이 메가폰을 쥐고 김기덕 사단의 스탭들이 그대로 참여한 누아르영화다. 우아한 여배우에게 감각을 조언하던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 의상감독이 김기덕 사단의 액션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뭘까. 표면적인 이유야 간단하다. “<아름답다>랑 김기덕 감독님 신작 <비몽>에서도 의상을 맡았으니까. 그 인연으로 계속해서…. (웃음)”

<영화는 영화다>는 주먹과 예술이 싸움질하는 이야기다. 강패(소지섭)는 폭력조직에서 넘버 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깡패다. 수타(강지환)는 스타급 배우다. 수타는 <영화는 영화다>라는 영화 속 액션영화에서 깡패 역할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러나 수타가 상대배우를 폭행하는 바람에 영화는 제작 중단의 위기에 처한다. 명성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수타는 우연히 만난 강패에게 다짜고짜 영화 출연을 부탁하게 되고,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꾸던 강패는 흔쾌히 승낙한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액션을 하게 해줄 것. 마연희 의상감독은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속이 다 시원했단다. 땀내와 피내음 물씬한 누아르 장르에 그리 익숙한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의상 컨셉이 명쾌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몽환적인 영화인 <비몽>은 의상 컨셉을 어떻게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다>는 오히려 해답이 명확해 보였다.”

그녀가 발견한 해답? 바로 ‘블랙 앤드 화이트’다. 음지의 강패는 블랙, 양지의 수타는 화이트. 마연희 감독은 상반된 색깔을 지닌 두 캐릭터가 점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일으키는 갈등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지적한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강패와 수타는 완전히 반대편의 세계에 속한 인간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서로에게 동화되어 섞이기 시작한단다. “강패는 수타의 세계로 들어가고, 수타는 강패의 리얼한 연기를 보면서 점점 배우라는 부질없는 허울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둘은 (영화 속 영화 촬영을 위해) 개펄에서 실제로 난투극을 벌인다. 두 사람의 색깔은 갯벌 진흙에 묻혀서 완전히 구분할 수도 없게 변해버릴 거다.”

마연희 감독은 두 배우의 특징 또한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처럼 명확하게 다르다고 설명한다. “강지환씨는 예민하게 역할에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배역에 몰입하고 싶어서 촬영 전부터 수타 복장을 빌려서 행사장에 나갈 정도로. 반면 소지섭씨는 캐릭터에 그냥 녹아드는 스타일이다. 아주 편안하게.” 기묘한 액션 누아르의 세계를 예고하는 <영화는 영화다>는 현재 절반가량 촬영을 마쳤다. 가을이면 흑과 백의 충돌을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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