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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영화] 안토니오 역의 이병준이 말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박혜명 2008-06-20

숨막히는 게임과 웃음을 동시에

고래 싸움에 반드시 새우 등이 터지는 건 아니다. 제 몫만 딱 챙기고 잘살아가는 새우도 있으니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 이이>)의 안토니오가 그런 인물이다. 안권태·곽경택 공동연출작인 <눈눈 이이>는 사건 해결에 관한 한 ‘백전백승’인 강력반장 백성찬(한석규)과 대량 금괴 및 현금 절도를 계획하는 도둑 안현민(차승원)간의 밀고 당기는 힘 대결을 그린, 이른바 ‘투톱 남자영화’다. 여기서 안토니오는 안현민으로부터 밀수 금괴 600kg을 팔아 현금화해달라는 거래를 제안받고 이를 즉시 백 반장에게 고자질하는 치사한 인물. “성공하면 커미션 챙겨 돈 벌고, 실패하더라도 백 반장이 대신 처리해줄 테니 뒤탈없을” 꼼수를 부리는 거다. 양다리를 걸친 채 손 안 대고 코 풀어보자는 안토니오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안토니오는 낮에는 금은방, 밤에는 트랜스젠더 클럽을 운영한다. 안현민이 그에게 금괴 600kg 처리를 부탁해오는 것도 그가 밀수와 장물 거래에는 훤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백 반장에게 뒷덜미 꽉 잡힌 정보원 노릇도 해왔지만. 안토니오는 낮에는 비교적 평범한 외양인 듯하지만 밤에는 화려한 마담으로 돌변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풍’스타일의 안토니오가 트랜스젠더라는 코믹한 설정은 프로덕션 후반부에 곽경택 감독이 합류하면서 추가됐다. “두 주인공의 대결로 인한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기능과 더불어 비주얼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면도 있다”는 게 배우 이병준의 설명. <구타유발자들>의 비호감 음대 교수, <복면달호>의 느끼한 트로트 가수로 열연했던 그는 안토니오의 개성있는 이중생활이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환영하는 설정”이라고 덧붙인다. “안토니오의 첫 등장신이 바로 실버 원피스를 입은 화려한 모습인데 그런 의상을 비롯해 신발, 장식물 일체를 그쪽(게이바)에서 협찬해주고 스타일링까지 해줬다.” <눈눈 이이>의 촬영 무대가 된 서울 논현동 게이바의 마담이 처음 그의 분장을 보고 기겁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못생겼냐고 나를 엄청 혼냈다. 마담이 얼마나 예쁜데 이렇게 해놨냐며.”

그저 살아남는 게 목표인 안토니오가 보기에 백 반장과 안현민은 각각 어떤 인물일까. “먼저 배우들의 실제 성격을 보면 캐릭터로도 연결되는 것 같다. 한석규씨는 여유로움 속에 강인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차승원씨는 활달함 속에 철저함을 지녔다. 실제로 어느 한쪽에만 빌붙어 살아야 한다면? (주저없이) 안현민쪽에 붙겠다. (웃음) 백 반장은 무섭다. 사람 피를 말릴 것 같다. 편안하게 말하고 있지만 상대방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느낌이다. 반면에 안현민은 그 말을 안 들으면 내 목이 잘릴 것 같긴 해도, 적어도 친근한 사람이니까.” 여자들은 끼어들 틈도 없는, 강력한 남자들만의 게임. 안토니오도 모르는 승자의 정체는 7월 말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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