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중심의 다양한 드라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 드라마산업은 몰락 위기를 맞을 것이다.” MBC에서 <마지막 승부> <보고 또 보고> 등을 연출했던 장두익 PD가 3년 만에 돌아와 쓴소리를 했다. MBC를 떠난 뒤 드라마 <궁>을 만든 에이트픽스와 전속 계약을 맺었던 그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출에 손을 뗐다가, 얼마 전 <천국의 계단>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를 제작한 로고스필름으로 자리를 옮겼다. 채널CGV에서 오는 6월16일 밤 11시에 첫 방영되는 드라마 <리틀맘 스캔들>은 그의 복귀작인 셈인데, 지상파 드라마 PD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케이블 방송사의 자체 제작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특별히 케이블이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했다”며 “제작비나 시청률 면에서 지상파 드라마와는 차이가 있지만, 프리랜서 PD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작품이 탄탄하면 외면받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제작사들이 ‘대작 드라마’를 연달아 내놓는데 장두익 PD는 오히려 한국 드라마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뉴 하트>는 시청률이 꽤 높았는데 제작사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보통 120일 정도 찍는 분량을 180일 동안 찍었으니 당연하지 않나. <태왕사신기> 스탭들 임금이 밀렸다는 건 이미 보도된 사실이다. 스타 내세우고 해외 로케이션으로 스케일 키워 (지상파 방송사에) 편성 잡으면 뭐하나. PPL도 한계가 있지, 찍을수록 적자다. 그러다보니 제작사나 방송사나 안전한 것, 남들 해서 손해 안 본 것 찾게 되고 소재도 스타일도 다양해질 수가 없다. 프로덕션 시스템을 도입한 뒤로 좋은 드라마를 많이 만들자, 인력과 자본이 좀더 자유로운 상황에서 선의의 경쟁으로 수준 높은 제작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지금은 한마디로 대박 꿈꾸는 ‘아사리판’이다.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보나. =제작사들이 콘텐츠 프로바이더로서 자질이 부족했다.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남의 돈 투자받아 상장해서 한몫 챙기는 데 관심이 있었다. 2002년 제작사들이 우후죽순 생길 때 이 바닥에 눈먼 돈이 많았으니까. 편성 경쟁,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려고 ‘보증수표’ 같은 드라마를 싼값에 공급받으려 한 지상파 방송사들도 책임이 있다. 가장 큰 보증수표는 ‘스타’니까, 제작사들이 앞뒤 안 가리고 스타 모시기에 나섰고 지상파에서 회당 300으로 묶어놨던 A급 출연자 출연료가 몇 천만원대, 억대까지 뛰었다. 그게 지금은 제작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들대로 제작사가 이렇게 많은데도 괜찮은 작품, 탄탄한 작품 한편 공급받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뭘까. =스토리텔링이 우세한 TV시리즈물이 제작돼야 한다. 드라마는 영화와 다르다. 에피소드가 많고 촘촘하면서도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작가군이 더 탄탄해져야 하고 연출자들이 제한된 제작비 안에서 연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프로듀싱 인력도 필요하다. 지금은 이런 인력이 없으니 제작자와 연출자들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스타 의존도를 줄이려면 신인배우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돼야 하고. 아, 제발 미니시리즈를 회당 70분씩 일주일에 두번 방송하는, ‘살인적인’ 편성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일주일에 한편만 방송하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