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아니 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오바마 후보의 경선승리 선언식 장면을 보다가, 문득 그의 얼굴에 오버랩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봤다.
노무현과 오바마. 둘 다 ‘마이너리그’ 출신이다. 한국에서의 고졸과 미국에서의 흑인. 둘 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노동변호사와 빈민변호사. 보장된 부를 포기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 속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 모두 벽을 허물자고 이야기했다. 지역과 인종의 벽. 그리고 기득권과 주류의 벽. 둘 다 대단한 달변이다. 이를 무기로 혜성같이 등장해 새 시대를 꿈꾸는 아이콘이 되었다. 새로운 희망의 아이콘. 사람들은 열광했다. 노무현에게는 노사모가 생겼고, 오바마에겐 ‘오바마니아’(Obamania)가 만들어졌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10대, 20대들이 두 사람의 열광적인 지지자로 변했다. 희망돼지로 선거자금을 모은 노무현처럼, 오바마도 기부금의 80% 이상을 온라인 소액송금으로 마련했다. 두 사람 모두 지지자들의 주공간은 사이버 공간이었다. 온라인에서 넘친 지지의 물살은 오프라인에서도 물살을 이뤘다.
두 사람 이런 여세를 몰아 모두 각자의 민주당 경선에서 당내 기반이 탄탄한 실력자를 꺾었다. 구시대의 상징이었던 이회창을 꺾은 노무현처럼, 오바마가 ‘제2의 부시’로 불리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꺾을 수 있을까.
노무현과 오바마를 겹쳐놓고 보니까 오바마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다. 민주당의 기득권층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오바마를 계속 흔들 것이다.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이 일찍부터 자신의 지지층과 부통령 자리를 ‘빅딜’하자고 했다지? 앵글로 색슨 백인계 신교도(WASP) 주류 백인사회들은 “흑인이 어떻게…”라고 뇌까릴 것이다. 강남 주민들이 노무현에게 “고졸이 어떻게…”라고 그랬듯.
(뱀다리: 참,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내가 노무현과 오바마의 팬처럼 보일 수 있겠네요. 저는 지난 정권 후반부터 정치를 담당해 매일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라고 뇌까리고 다녔습니다. 희망을 배신으로 답한 노무현에 대한 화는 아직 풀리지 않았죠.- 지금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근원이 된 한-미 FTA를 시작한 분이 누구였더라?- 오바마에 대한 의견은? 좀더 지켜보자는 겁니다. 왜냐고요? 자꾸 노무현같이 보여서요. 이것도 노무현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