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민주사회에서 언론이 담당하는 역할은 간단하다. 사회의 규모가 개인이 지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설 때 시민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그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기구가 언론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헌법에 명시된 언론 자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안정적 노동조건과 튼튼한 중산층, 합리적인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 경제적 좌절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져 불평등을 악순환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허버트 갠즈는 쓴다. 저널리스트가 뉴스를 전하는 일만으로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건 기만이라고. <저널리즘, 민주주의에 약인가 독인가>라는 번역 제목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요컨대 “약이 되려면 노력 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종 절충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이 책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대목은 오늘날 미국 언론이 매일 데드라인 앞에서 부딪히는 일상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서술한 3장 ‘저널리즘의 관행과 문제점’이다. 복합기업의 자회사가 된 현대 미국 저널은 비용 절감의 압박 아래에서 경성 뉴스(시민이 공공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보도)의 쇠퇴를 목도했다. 또 상업적 뉴스 공급사가 당면한 불가피한 대량생산체제와 취재 관행은 정치 면에선 정부발 뉴스, 경제 면에선 노동보다 경영의 입장에 입각한 뉴스를 부각하고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뉴스를 읽고 보게 하려면 더 큰 서비스 정신과 투자, 유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신이 기자라면 사장, 편집장에게 밑줄 그어 권하고 싶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