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아이들을 위한 영화 전용관을 열었다. 극장이 아닌 TV 속에다.
6월14일부터 첫 방송하는 <EBS 가족극장>(토요일 오후 2시30분)은 매주 한편씩 해외 어린이/가족영화들을 선보인다. <시네마천국> <독립영화극장> <한국영화특선>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영화를 소개해오던 EBS가 아이들의 눈높이로 영화관 문턱을 낮췄다. 제작진은 에니메이션으로 한정된 어린이영화의 폭을 넓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북돋우는 실사영화를 지속적으로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가족영화인 만큼 모든 영화는 자막이 아닌 성우들의 더빙 작업을 통해 방영한다.
<EBS 가족극장>이 첫 출발하며 야심차게 선보이는 작품은 스웨덴의 어린이/가족영화 8편(제목은 모두 미정)이다. 첫 순서인 <라스무스와 방랑자>(1987)는 고아원에 사는 아홉살짜리 소년 라스무스의 이야기다. 장난꾸러기 라스무스는 원장에게 물세례를 퍼붓고 혼날까봐 무서워 고아원을 도망친다. 잠을 청하던 헛간에서 방랑자 오스카를 만난 소년은 자신을 양자로 삼아줄 부모를 찾아 그와 함께 방랑의 길에 오른다. 그 여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 강도단을 만나기도 하며 라스무스는 의젓해지고 지혜로워진다.
6월21일부터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이 차례로 방송된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국내에서 이미 동화로 출간돼 알려진 것들이다. <시끄러운 마을의 아이들>(1987)과 <시끄러운 마을의 아이들 후속편>(1985)은 <개 같은 내 인생> <초콜렛> 등을 만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작품이다. 인간에 대한 성찰과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목가적인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눈을 통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영화에서도 특유의 연출력을 보여준다.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시끄러운 마을의 아이들>에 등장하는 극중 ‘리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또 다른 자아라고 하니 작가를 좀더 이해하고 싶다면 리사를 주목해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7월5일과 12일 전파를 타는 <말썽꾸러기 로타>(1992)와 <말썽꾸러기 로타 후속편>(1993), 그리고 7월26일과 8월2일 방영할 <마디타>(1979)와 <마디타 후속편>(1980)도 아스트리드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EBS는 국내에선 TV시리즈 <말괄량이 삐삐>로 알려지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름을 높인 동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을 영화로 옮긴 작품도 수입을 검토 중이다.
동심의 세계를 따뜻하게 혹은 따끔하게 보여주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대표 걸작선 외에 판타지물도 준비돼 있다. 7월19일 방영하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1977)은 카알과 요나단 형제의 죽음을 넘는 형제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악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기사단에 합류하고 불을 뿜는 용을 처치하는 두 주인공의 모험이 놀라운 특수촬영 기법 속에 잘 녹아 있다. 특히 작품 속에서 간간이 비치는 북구의 신비스런 자연풍광은 낯선 스웨덴영화에 대한 호감을 한층 높여준다.
<EBS 가족극장>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예전 영화들이기는 하지만 디지털로 다시 복원해 화질과 음질이 뛰어나다. EBS 글로벌팀의 오정호 PD는 “스웨덴 작품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등 아동문학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영화를 엄선해 아이들에게 휴머니즘과 상상력 그리고 모험이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