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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진솔하고 섬세한 다큐의 힘

딸의 시선으로 탄생한 다큐, <내 아버지의 작업실>

<내 아버지의 작업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아주 가깝게도 아주 멀게도 들린다. 때로는 그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라면 더욱 그러할 것인데 특히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영역이 확실한 예술가라면 그럴 확률은 더욱 높다. 그렇지만 한편 모르는 사이 그 아버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바로 딸이 아닐까.

퀘벡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명인 에드먼드 앨런의 삶을 조명해 올해 FIFA(예술에 관련된 영화들을 상영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캐네디안 영화상을 받은 <내 아버지의 작업실>은 그의 딸이자 영화감독인 제니퍼에 의해 완성되었다. 2001년부터 2004년 암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그와 나눈 대화들과 그의 작품세계에 관한 생각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섬세하게 보여준다. 영어를 쓰는 가정에서 태어나 프렌치를 쓰는 퀘벡에서 자란 에드먼드는 퀘벡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느꼈을 법한 자신의 이중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늘 삶의 한 조각으로 존재해왔는데 그것이 바로 영화의 출발이었다고 제니퍼는 말한다. 다큐멘터리영화를 얘기할 때면 늘 빠지지 않는 이슈가 바로 주관적 시선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영화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는 두 예술가의 만남이나 진정한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면서도- 그를 아는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 삽입 등- 개인적인 감정의 끈을 놓지 않는데 그 이유는 영화를 찍은 자신이 그 대상의 딸이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때때로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 많이 나오며 색감도 매혹적이다.

에드먼드의 작품 전시는 지금도 몬트리올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듯 에드먼드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떠났지만 영화를 통해 그와 그의 작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