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만화의 마니아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이토 준지의 신간이 2권이나 나왔다. 권당 12편씩 총 24편의 단편이 담겨 있으니 이토 준지에 대한 허기를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공개된 초기작들을 비롯해 불쾌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기상천외한 단편들이 가득하다. 이토 준지 작품의 전반에 깔려 있는 미에 대한 과도한 열망, 인체변형과 사지절단, 집착에 가까운 가족주의는 이번 신간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중 2001년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허수아비>는 가족에 대한 집착과 애증,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파국을 ‘허수아비’라는 어쩌면 생뚱맞은 소재로 절묘하게 버무려낸 걸작이다. 애지중지하던 딸이 죽자 무덤 앞에 허수아비를 세우는 한 아버지. 시간이 지나자 허수아비의 얼굴에는 머리카락이 자라고 딸의 이목구비가 새겨진다. 이 사실을 안 동네주민들은 자신의 가족을 묻은 무덤에 허수아비를 세우고 공동묘지는 생전의 모습을 닮은 망자들의 허수아비들이 빼곡히 채워진다. 가족의 재현에 대한 절실한 바람을 안고 세워진 허수아비들은 그러나 생전 자신을 괴롭힌 가족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는데…. 이처럼 개인과 소규모 집단의 과도한 욕망과 함께 펼쳐지는 기묘한 판타지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이토 준지만의 전매특허다. 그의 걸작 단편들을 모은 <공포박물관>은 총 10권이 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