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경찰이 저희 집에 와서 남편의 죽음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살로 결론내렸죠. 한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남편을 12층에서 밀었으니까요.” 한 여자가 죄의식이라는 중력에 끌려 살인을 저지른 지 10년 만에 경찰서를 찾아가 자백한다. 다음날이면 공소시효 만료, 주말이 기다리는 퇴근 세 시간을 앞두고 난데없는 살인 자백을 듣게 된 경찰은 자칭 살인자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살인자는 체포되어 죄의식을 벗고자 하고, 경찰은 자정을 넘겨 공소시효 만료를 유도하고자 한다.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를 유도하는 까닭은 단순히 그 자신이 퇴근하고 주말을 즐기려는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중력의 법칙>은 자백하는 범인과 만류하는 경찰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대화 속에서 과거의 범죄를 둘러싼 이야기가 점점 구체화된다. 과거와 현재가 대화로 중첩되는 이 책에서, 범인의 선량함과 경찰의 불량함이 대조를 이루는 것 역시 흥미롭다. 이미 14년 전에 끝난 사건을 흥미롭게 구성해 보여주는 장 퇼레의 유머감각과 구성력도 훌륭하다. 자살 용품을 판매해온 상점 이야기 <자살가게>를 썼던 장 퇼레는 톡톡 튀는 발상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한편의 블랙코미디 단막극을 보는 듯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