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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들이 떨어대는 수선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문석 2008-05-28

애시튼 커처 완소 지수 ★★★☆ 과음 경각 지수 ★★★☆ 영화적 사고력 지수 ★☆

“생각하는 것 빼곤 다 저질러라!”(Do it without thinking!) 시 차원의 슬로건처럼 라스베이거스는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곳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선 카지노의 대박 또는 쪽박을 맞을 수 있으며, 결혼과 이혼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 속 남녀 주인공은 결혼과 대박이라는 두 종류의 일을 동시에 겪게 된다. 보기에 따라 커다란 겹행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사정을 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월스트리트에서 숨가쁜 나날을 보내는 조이(카메론 디아즈)는 “넌 너무 숨막힌다”는 말을 들으며 공들여온 남자친구에게 잘리고, 아버지의 가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며 느슨하게 살아온 잭(애시튼 커처)은 “넌 마음에 안 들면 포기해버리는 성격”이라면서 회사에서 잘린다. 인생의 중요한 끈을 잘린 남녀는 친구 한명씩 대동한 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향하고, 기막힌 우연으로 만나게 된 조이와 잭은 술을 너무 마셔 급기야 결혼식까지 치른다. 다음날 깨끗하게 이별하려던 두 사람의 계획은 난데없이 터진 300만달러짜리 잭팟 때문에 헝클어진다. 이혼하고 돈을 나눠 가지려던 이들 커플에게 판사가 결혼 제도를 모욕했다며 6개월 동안 강제 결혼 생활을 명령한 것이다. 이제 개와 고양이, 또는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인 남자와 여자는 300만달러를 나눠 갖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동거 생활을 해야 한다.

<라스베가스에서만…>는 설정만 주워들어도 결말이 훤히 보이는 로맨틱코미디다. 함께 지내게 된 남자와 여자가 티격태격 싸움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상대방에게 애정을 느끼게 된다는 건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공식에 가까운 이 뻔한 이야기는 적절한 양념을 통해 나름의 맛을 갖게 된다. 가만 놔뒀으면 큰 싸움을 벌이지 않았을지도 모를 두 사람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는 조이와 잭의 주변 인물들은 가장 두드러진 양념이다. 잭의 변호사이기도 한 헤이터(잭 코드리)나 시종 그와 으르렁거리는 티퍼(레이크 벨)뿐 아니라, 노골적으로 조이에게 추파를 던지는 잭의 털북숭이 친구 등은 다소 단조로운 주인공들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를 끌고 나가면서도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두 주연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애시튼 커처의 철없는 귀여움은 여자 관객의 눈빛을 반짝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취향에 따라선, 로맨스가 진전되며 두 사람이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인생에서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한 ‘어른아이’들이 떨어대는 수선이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별 생각없이 팝콘을 축내며 즐기기엔 알맞은 영화다. 감독인 톰 본은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단편영화 <슈퍼 그래스> <박스> 등과 장편영화 데뷔작 <스타트 포 텐>으로 주목받았다.

tip/ 애시튼 커처(30)와 카메론 디아즈(36)가 함께 영화를 찍을 때 전전긍긍한 건 데미 무어(46)다. 2005년 커처와 결혼한 이래 무어는 젊은 남편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못해왔다. 게다가 커처의 상대가 희대의 섹시녀 디아즈였고, 황색저널들이 커처와 디아즈를 추적하며 ‘뜨거운 사이?’ 따위의 기사를 쓰는 바람에 무어의 조바심은 커졌다. 결국 그녀는 산세바스찬영화제 같은 행사에 참여한 뒤에도 곧바로 뉴욕으로 돌아와 두 사람을 감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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