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외모발산지수 ★ 실제액션비트지수 ★★ 벤치마킹&봉합지수 ★★★☆
재기는 인정받았으나 감독이 아직 지명도가 약하다. 배우, 아직 내세울 만한 급은 아니다. 소재 또한 귀 쫑긋해질 ‘하이 컨셉’이라고 하기엔 모자란다. 당신이 제작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썩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어떻게든 관객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면? 모든 관객을 단박에 만족시킬 수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다. 여러 취향을 가진 관객의 관심을 조금씩 모으는 식이다. 삼각관계 틴에이저물은 시시하다. 신종 스포츠로 자리잡은 MMA(Mixed Martial Arts, 종합격투기)로 자극을 더한다. 머리없는 발차기영화라고 오인되면 불안하니 여기에 가족, 성장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과 인물을 덧붙인다. 종합격투기에서 경기 시작을 의미하는 영화제목 ‘겟썸’은 뭔가를(some) 더 얻기(get) 위해 다종장르 혼용을 택한 영화의 욕구처럼 들리기도 한다.
올랜도의 고등학교로 전학 간 제이크(숀 패리스)는 이전 학교에서 벌인 패싸움 동영상이 유튜브에 오르면서 단박에 영웅으로 급부상한다. 첫날부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바하(엠버 허드)에게 끌려 파티에 참석한 그는 소문난 학교의 주먹으로 비밀 파이트 클럽을 운영하는 라이언(캠 지건뎃)으로부터 즉석 대결을 제안받는다. 바하가 실은 라이언의 여자친구이며 애초 이 파티가 자신의 손맛을 확인하기 위한 라이언의 계략임을 확인한 제이크는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하지만, 라이언은 자동차 사고로 죽은 제이크의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이죽댄다. 완력과 맷집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제이크,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르지만 종합격투기로 단련된 라이언에게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맞고, 이날의 굴욕은 또다시 인터넷을 통해 전교생에게 중계된다.
<겟썸>의 다종장르 혼용은 기존 장르을 빌려오되 주된 설정 하나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장르의 특징을 이식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를테면 10대 학원물에서 속앓이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가진 것 없는 찌질이들이지만, 주먹 하나만은 쓸 만한 근육남을 끼워넣어 액션에도 발을 걸치는 식이다. 그러니 <겟썸>이 벤치마킹한 영화들을 굳이 찾아내 열거하는 건 부질없다. 저예산영화 <크라이 울프>로 각광받았다는 감독의 능력은 신상품 제시보다 매끄러운 재활용에서 발휘된다. 더이상 싸우지 말라는 잔소리꾼 엄마부터 도장 바깥에서는 주먹을 쓰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제이크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장 로카까지, 등장인물들은 제이크의 한방을 위해 단지 소비되는 응원군이 아니라 제 나름의 존재 이유를 지닌 캐릭터다. 미국에서 246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본전을 건진 것도, 대부분의 평자들이 고개를 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평론가 리처드 뢰퍼 같은 이들이 엄지를 추켜올린 것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tip/ 몸치 배우에게 액션 연기를 맡길 순 없는 법. 숀 패리스와 캠 지건뎃이 오디션을 통과한 이유도 “뛰어난 운동감각” 때문이라고. 이들은 3달 동안 매일 5시간 이상씩 웨이트 트레이닝과 종합격투기를 익혔고 촬영에 들어간 뒤에도 철저한 식단 관리 대상이었다고. 나 홀로 연습에 매진하는 ‘싸부’ 디지몬 하우스 또한 꽤 놀라운 실전 액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