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나 구청의 제지가 있더라도 감행하려고 한다.” 제12회 인권영화제가 거리에 내몰렸다. “어떤 형태의 검열이라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상영관을 찾지 못했던 인권영화제가 결국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게 됐다(647호 국내뉴스 참조). 인권영화제의 김일숙 활동가는 “서울시 문화체육과를 설득하고 또 설득해 5월30일 개막작은 마로니에 공원 내 TTL존에서 상영하게 됐지만 이후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즉 31일부터 6월5일까지의 상영 공간은 아직 확보되지 못한 상태. 일단은 이후 상영도 TTL존에서 강행해볼 셈이지만 공원쪽에서 전기를 끊을 경우 공원 바닥에 천막을 치고 스크린을 걸어야 한다. “마로니에 공원과 주변 인도에 집회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집회도 일몰 이후엔 불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 야외 상영을 결정한지라 하루에 영화를 틀 수 있는 시간도 오후 8시 이후로 한정된다.
2회 상영으로 결정했던 상영횟수도 개막작을 제외하곤 모두 1회로 줄였다. 김일숙 활동가는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불복종하는 의미로 결정한 거리상영이지만 꾸준히 영화제를 찾는 관객에게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는 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며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인권영화제는 이번 영화제의 거리상영을 대안적인 심의기준을 마련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꾸릴 계획이다. 전문가와 시민 19인이 ‘표현의 자유 19조 위원회’를 구성해 단순한 연령 구분이 아닌 인권적 관점의 심의 기준을 토론하며, 5월31일 미디액트에서는 관객이 영화를 본 뒤 감독과 함께 새로운 심의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등급심의란 커다란 장애를 만난 인권영화제, 무사한 개최를 희망한다면 마로니에 공원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상영은 물론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