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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생각을 자극하는 이데올로그, 알렉산더 클루게 특별전

5월13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적 부친살해’의 주인공. 알렉산더 클루게(1932~)는 1960년대에 시작된 ‘뉴저먼시네마’의 이데올로그다. 그는 감독이 되기 전에 <사적 기록>(Lebenslaeufe)이라는 사회학적 주제의 책을 발간한 학자였다. 1962년 ‘오버하우젠 선언’을 통해 그는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할리우드적인 상업영화가 횡행하는 독일영화 관습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나치로 대변되는 선배들과의 세대교체를 위한 권력투쟁의 선언이었다. 일종의 ‘영화적 부친살해’인데, 클루게의 깃발 아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베르너 헤어초크, 에드가 라이츠, 그리고 빔 벤더스 등의 젊은 영화인들이 모여들었다.

<서커스단의 예술가들>

<어제의 이별>

클루게는 나치의 역사는 물론이고, 아데나워로 상징되는 기독교민주당 정권을 반역사적인 현상으로 비판한다. <돌 속의 숨은 야만>(1960) 등 초기의 단편들은 독일사회에 대한 학자적 비판의 영상 이미지다. 장편 데뷔작은 <어제의 이별>(1966)이다. <어제의 이별>은 사회비판적인 감독들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별받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의 영화에서 이야기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클루게 영화의 특징은 형식에 있다. 누가 봐도 그는 누벨바그의 영향, 특히 고다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몽타주 옹호자이고, 영화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적극적인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

브레히트의 영향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용이 기승전결의 논리를 갖춘다거나, 연대기적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애국자>(1979), <감정의 힘>(1983), <블라인드 디렉터>(1985) 등 이번 상영작 모두가 그렇다. 생각하기를 권유하는 이미지들이 충돌하고 연결돼 있다.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이 조화롭게 연결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래서 클루게의 영화를 본다는 것은 종종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비판적 읽기 속에 통찰의 쾌감이 숨어 있다. 물론 전적으로 관객 자신의 영화보기 태도에 달려 있지만 말이다.

고다르 영향받은 몽타주 옹호자

클루게는 두 번째 장편 <서커스단의 예술가들>(1968)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이른바 ‘68세대’의 상징적인 감독이 된다. 아버지로부터 서커스단을 물려받은 여성이 자기만의 혁신적인 극단을 만들려고 한다. 당시의 보수적인 독일사회에 대한 강렬한 알레고리인데, 여전히 독일사회의 속성을 보여주기 위한 풍부한 자료들이 제시된다. 그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다. 그는 보여주고 ‘우리’가 생각하도록 영화는 만들어졌다. 이를테면 영화의 도입부, 히틀러의 나치 군인들이 바둑판처럼 줄을 맞춰 행진하는데, 들리는 음악은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스페인어 버전이다. 일종의 브레히트적 소격효과인데, 관객에게 비판적 거리두기를 요구하는 감독의 입장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1977년 ‘바더-마인호프’ 사건을 다룬 옴니버스영화 <독일의 가을>(1978)은 클루게의 기획으로 진행된 작품이다. 파스빈더, 슐뢴도르프, 라이츠 등이 참여했다. 좌익극단주의자인 ‘적군파’(RAF)가 독일사용자협회 회장을 납치하고 살해한 ‘정치테러’가 벌어진 그해 가을을 ‘독일의 가을’이라고 부르는데, 영화는 그 현상을 변혁의 시각에서 관찰한다. 클루게가 만든 부분은 여전하다. 살해된 경영자의 장례식, 1차대전 관련 전쟁 화면, 나치들, 최고경영자들, 정치가들, 독일의 현재를 여전히 나치사회라고 생각하는 어느 역사 교사, 미국을 파시즘의 국가로 정의하는 어느 테러리스트와의 인터뷰 등이 몽타주되어 있다. 이미지들을 연결해보라. 이쯤 되면 현대와 나치를 연결한 클루게의 전투적인 생각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된 편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서펀틴 갤러리 프로그램>(1995~2005)을 보면 그의 영화는 여전히 철학적 명상을 유혹하는 이미지들의 편집으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몇초도 안 되는 단상 같은 이미지부터 수십분에 해당하는 환경 관련 주제의 가짜 인터뷰(배우가 환경을 파괴하는 축산업자로 나온다) 등이 연결된다. 클루게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민감하며, 그런 자신의 의식을 이미지로 선동한다. 투쟁하는 사색가 클루게의 철학적 이미지가 현재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5월13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문의 www.cinematheque.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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