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그냥 세트가 아니라 액션이 흘러가기 위한 장소였다.” <M>의 촬영현장을 방문했을 때 매그넘의 사진가 엘라이 리드는 매력적인 세트에 넋을 놓았다. 반면 <황진이>에서 그의 카메라가 관심을 보인 건 커다란 궁중머리를 틀어올린 채 몰려다니는 단역배우의 동선이었음이 분명하다. 짬이 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서로의 얼굴을 찍어주며 무료함을 달래거나 슛 들어간다는 제작진의 재촉에 허둥지둥 치마 걷고서 뛰는 ‘그녀들’이야말로 다른 나라 영화 촬영현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었을 테니 말이다. 커다란 조명 아래서 배달시킨 볶음밥으로 요기를 서둘러 해결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 또한 마찬가지. 촉박한 일정이었으나 그녀들을 찍으면서 “나는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영화의 내부로 들어가고 싶다”던 그의 바람 또한 조금은 충족됐지 않았을까. <한겨레> 20돌 기획으로 추진된 매그넘 작가들의 <Present Korea> 전시와 사진집 출판은 7월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주제로 택한 엘라이 리드의 다른 작품들, 그리고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그룹 매그넘의 카메라에 포착된 한국의 모습이 더 보고 싶다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