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광우병을 둘러싼 논란이 이제 ‘이명박 탄핵 운동’과도 겹쳐질 정도니 온·오프라인을 오가는 지금의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은 서서히 하나의 ‘운동’이 돼가고 있다. ‘쇠고기 청문회’도 열리고, 걱정할 것 없다는 정부 당국의 광고도 이어지고 있지만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한없이 미약해 보인다. 이에 김민선, 김혜성, 김혜수를 비롯한 여러 영화배우들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리고 직접적인 집회 참가를 통해 자신의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영화배우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일방적인 호응을 얻은 경우는 드물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여전히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물결에 뛰어들 연예인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때문에 한반도가 난리가 났다. 게다가 얼마 전엔 서울에서도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비둘기로 인해 옮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바야흐로 서울은 미친 소와 비둘기떼로 벌벌 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니 몇달 전 남대문이 불탄 것과 연결지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숭례문이 전소되면 국운이 다한 것이니’ 운운하는 이른바 ‘정도전의 예언’이란 것도 묘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처럼 졸속으로 처리된 쇠고기 수입 문제는 지난 4월29일 방영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얼마나 안전한가?’ 편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여론을 형성해갔고, 5월2일부터는 청계천 일대를 중심으로 수만여명이 운집해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 수는 계속 더 늘어갔고 집회 장소 역시 서울 내에서도 여의도로 확산되거나 여타 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져가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쪽은 ‘청소년들이 놀이문화가 없어서’라거나 ‘배후세력이 있다’라고 애써 축소하려 했고 급기야는 ‘불법 시위참가자 사법 처리’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집회를 일찌감치 ‘괴담’으로 규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는 앞서 말한 AI는 물론 ‘이명박 독도 포기설’과도 겹치며 일파만파 퍼져나가는 중이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5월8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광우병을 주제로 160분 이상의 ‘끝장토론’이 벌어졌고,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하며 논란의 진원지가 됐던 MBC <PD수첩>은 오는 13일 후속보도를 할 예정이다.
홈피 의견 표명, 시위 참석 등 적극적 입장 표명
쇠고기 수입 반대를 둘러싸고 여러 연예인들의 입장 표명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것은 영화배우 김민선의 미니홈피였다. 5월1일 새벽 “(광우병 쇠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며 꽤 긴 글을 올린 그의 홈피는 하루 만에 20만명이 넘는 방문자 수를 기록했다. 김민선에 이어 김혜성, 김혜수, 김가연, 이동욱, 지진희 등 많은 연예인들이 정부의 쇠고기 수입 협상을 비판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김혜성의 경우 ‘광우병 심각성’이라는 게시판 폴더를 따로 만들어 수많은 네티즌이 그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수천명의 네티즌이 방문하는 인기 미니홈피의 주인공인 김혜수의 경우는 좀더 특별하다. 지난해 7월 중순 아프간 피랍자 발생 당시나 올 초 숭례문 방화 참사 때도 자신의 의견을 미니홈피를 통해 피력해 네티즌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여러 정치적 사안들에 예민하게 촉각을 세워온 그는 게시판에 ‘FTA’라는 폴더를 따로 만들어 관련 기사와 정보들을 계속 스크랩해왔다. 현재 쇠고기 수입 문제에 관해 그가 직접 올린 게시물만 해도 30여개나 되는데, <PD수첩>으로 화제를 모으기 훨씬 전인 지난 4월13일에 이미 ‘쇠고기 빗장 열린다…. 한·미 다음주 전면수입허용 공식 발표’라는 제하의 <국민일보> 기사를 스크랩해놓기도 해 눈길을 끈다. 스크랩한 기사들 외에 본인이 직접 이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없지만 그 게시판만으로도 수많은 네티즌의 ‘자료창고’가 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김혜수는 해외에 체류 중이다.
이들 외에 직접 시위 현장을 찾은 영화배우들도 화제가 됐다. 지난 3일 청계천 촛불집회에 참석한 정찬은 같은 날 시위 현장을 찾은 한 민주노동당 당원이 찍은 사진이 퍼지면서 알려지게 됐다. 정찬은 3일뿐만 아니라 6일에도 청계천과 광화문의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쇠고기 수입 반대를 강력히 외쳤다. 6일 무대에 오른 정찬은 “정부가 30개월 넘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대신 뭘 얻어왔는지 모르겠다. 그런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우리 국민을 생각하면 답답하다”며 “우리 청소년들이 0교시 수업하고 급식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죽어서 대운하에 뿌려질 수는 없다”는 얘기까지 덧붙이며 현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와 관련해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이라면 그 역시도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지난 1월 대운하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던 영화배우 김부선은 6일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현장 참석자들의 얘기에 따르면 “영화배우가 아니라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한 어머니의 입장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며 “더 많은 연예인들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외 현재 <괴물2> 시나리오 작업 중인 강풀 작가도 이른바 인터넷 만화 <미친소 릴레이>로 네티즌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역시 시나리오 작업뿐만 아니라 ‘릴레이’ 작업 스케줄로 인해 현재 휴대폰은 완전히 꺼져 있는 상태다.
보수언론 비판 불구 ‘국민 한 사람으로서’ 발언 늘어나
이들의 행동에 대해 보수언론은 곧바로 ‘선동적’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정부는 쇠고기를 미선이, 효순이 사건처럼 키울 셈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가장 먼저 쇠고기 관련 발언을 했던 김민선에 대해 ‘미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 역시 7일 ‘유언비어, 거짓말, 미신에 포위된 나라’라는 사설을 통해 김민선을 두고 ‘허위로 가득 찬 선동’이라며 “한 연예인의 뒤틀린 현시욕의 소산으로만 치부하기에는 해악이 너무 크고 깊다”고까지 비판했다. 게다가 같은 글에서 “여론의 지탄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고 썼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확인해본 결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은 ‘포토’와 ‘보드’로 나뉘는데 김민선은 그 글을 ‘포토’ 게시판에 소 사진과 함께 올렸다. 그런데 사설을 쓴 이는 단지 ‘보드’ 게시판에만 들어가보고는 “글 삭제됐나요?”라는 몇몇 네티즌의 글만 보고 ‘여론의 지탄을 받고’라는 무시무시한 언사까지 써가며 어처구니없게 넘겨짚은 것이다. 애초의 그 게시물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소속사쪽에 따르면 현재 김민선은 몇몇 언론의 그런 무책임한 언사에 꽤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한 의도로 올린 글이었는데 예상보다 일이 커져서 가족들의 걱정이 컸다. 그래도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게 소속사의 얘기다.
현재 ‘선동’과 ‘조장’이라는 보수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에 동참하는 연예인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연예인들의 발언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라는 말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민이 어느 쪽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일지는 너무나 뻔한 얘기다. 현재 관심사는 이들 영화배우를 포함한 연예인들이 지난 스크린쿼터 투쟁처럼 하나의 움직임으로 뭉칠지의 여부다. 쇠고기 수입 문제와 더불어 이전부터 한-미 FTA 저지 투쟁을 벌여왔던 ‘문화침략저지 및 스크린쿼터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의 최영재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아직은 좀더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집회 참석자 사법 처리’ 방침과 별개로 청계광장과 여의도 집회는 계속될 예정이다.
미친 소를 향한 배우들의 말말말
“국민의 머슴이 주인을 죽이려 하고 있다”
“나란 인간은 언젠가 죽는 순간이 왔을 때 곱고 예쁘게 죽고픈 사람이다. 머리 속에 숭숭 구멍이 나서 나 자신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나란 사람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데 10년, 20년, 아니 바로 내일일 수 있는 이야기.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 쇠고기도 대운하도 의료보험도, 제발 국민을 두고 도박 같은 거 하지 말았으면 한다.”(김민선, 자신의 미니홈피에)
“차라리 독 있는 복어 먹지 미친 소 먹어서 서서히 죽긴 싫어요. 당신들부터 수입산 쇠고기 마음껏 드세요. 필요하시면 제가 사드리겠어요. 협상은 개뿔…. 주는 대로 저희가 조건없이 무조건 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굽신굽신거린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우리는 그냥 미쿡 애완동물도 안 먹는 거 주십시오. 저희가 먹겠습니다, 라니….”(김혜성, 자신의 미니홈피에)
“<PD수첩>의 광우병 방송을 보고나니 입맛이 뚝 떨어진다. 강대국의 외압에 개방할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자구책이나 대안은 마련하는 게 정부의 일 아닌가? 얼마 전 대통령의 말을 잊었는가? 정부는 국민의 머슴이라 했다. 그런데 머슴이 주인을 죽이려 하고 있다. 청와대 점심메뉴는 값싸고 질 좋은 미국산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뼈가 통째로 들어간 갈비탕을 추천한다.”(김가연, 자신의 미니홈피에)
“할 일 많으시고 바쁘신 대통령님께서 직접 미국까지 가셔서 직접 부시의 카트를 운전해드리면서 쇠고기 전면 수입(뼈와 내장까지)이라는 큰 성과를 안고 오셨다. 그런데 그 성과가 씨도 안 먹힌다. 당황스러우신가요? 야당 시절엔 뼈 조각 하나 나왔다고 검역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둥 정부 당국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둥 국회에서 광우병의 위험을 설파하시고 난리를 치던 분들이 이제 와서는 근거없는 얘기라며 광우병 괴담이라며 국민들 선동하지 말라시네. 불과 8개월 만에. 차라리 괴담이었으면 좋겠다….”(이동욱, 자신의 미니홈피에)
“병이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진실을 숨기지 않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에 맞게 대응하거나 답이 나올 텐데 이런 상황이니 답답하다. 진실만 얘기하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낀다면 크게 싸우고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고기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갑자기 확 올라온다. (웃음)”(지진희, TV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제작발표회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