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악몽이 재연되는가. 영화방송제작가연합(AMPTP)과 배우조합(SAG)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최근 100일간 이어졌던 작가조합의 파업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3주간 지속됐던 협상의 최종 기한으로 정해져 있던 것은 5월6일. 양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배우조합은 협상 기한을 연장하려고 했으나 AMPTP는 즉시 성명서를 발표하고 “배우조합이 불합리한 요구에 매달리는 지금 시점에서 협상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번 재계약의 쟁점은 작가조합 때와 마찬가지로 DVD 판매와 뉴미디어 콘텐츠의 수익 분배다. 배우조합은 DVD 수익 지분을 두배로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나, AMPTP가 완강하게 버티자 당초의 요구를 15% 인상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대신 스튜디오가 인상분을 건강보험과 연금 형태로 지불할 것을 새롭게 요구했고, 온라인 콘텐츠의 초상권에 대해서도 배우들에게 승인권을 주어야 한다는 내용을 들고 나왔다. 결국 AMPTP가 협상 불가로 정면 대치에 나선 지금,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상황은 배우조합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27년 동안 함께 협상에 나섰던 방송예술인연맹(AFTRA)과 올해 3월 협상 테이블에서의 의석수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별했기 때문이다. 12만명의 회원을 가진 배우조합보다 규모는 작지만, 방송예술인연맹은 배우, 아나운서, 댄서, 가수 등 7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또 양쪽 단체에 모두 소속된 배우가 무려 4만4천명에 이른다. 스튜디오들은 두 단체의 불화를 반기며 방송예술인연맹과의 재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계약 만료일인 6월30일이 이제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AMPTP와 배우조합은 모두 작가조합 파업의 악몽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재계약을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14주 동안 지속됐던 작가조합 파업은 할리우드를 마비시켰다. 영화와 TV드라마 제작이 중단되면서 파업 첫달에만 2만명의 실업자가 나왔고, LA 지역경제는 결과적으로 3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